돈가스에 습식 빵가루를 입히는 이유

2024.08.22 20:18 입력 2024.08.22 20:25 수정

처음 돈가스를 배울 때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빵가루를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돈가스는 두툼한 돼지고기에 밀가루, 계란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입힌 후 튀겨냅니다. 빵가루는 썰지 않은 커다란 식빵을 분쇄기에 넣고 가루 상태로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때 빵가루의 크기와 모양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것은 빵가루의 수분 함량입니다.

돈가스를 비롯해 모든 튀김요리의 핵심은 겉바속촉에 있습니다. 그리고 바삭한 식감은 튀김의 가장 바깥을 둘러싼 튀김옷이 만들어냅니다. 튀김옷은 보통 밀가루 반죽으로 만드는데, 이 반죽에 포함되어 있던 수분이 고온으로 튀기는 과정에서 증발하면서 튀김옷에 수많은 빈 공간들을 남기게 됩니다. 이를 다공성 구조라고 하죠. 우리가 튀김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은 이 다공성 구조가 붕괴되면서 발생하는 청각적 그리고 촉각적 자극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돈가스의 경우는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빵가루를 입힙니다. 왜냐하면 빵가루에는 이미 이 다공성 구조가 있어서 그 자체로 튀김옷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빵을 반죽하고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효모가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데, 이것이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면서 다공성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한편 빵 반죽에 포함되어 있던 수분 또한 빵을 구울 때 증발하면서 다공성 구조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빵에는 여전히 수분이 조금 남아 있습니다. 빵을 구울 때 모든 수분을 다 제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바로 이 잔여 수분으로 인해 빵은 부드러운 식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돈가스에 입혀진 빵가루는 튀겨지는 과정에서 잔여 수분이 완전히 제거되기 때문에 본래의 부드러움은 사라지고 바삭한 식감만 남습니다. 게다가 잔여 수분이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작은 구멍들이 남게 되면서 빵가루의 다공성 구조가 더 확대되는 효과도 발생합니다. 그러하니 밀가루 반죽의 보통 튀김옷보다 훨씬 더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되겠죠.

그런데 만약 빵가루에 수분이 충분하지 않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잔여 수분의 증발에 의한 다공성 구조의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돈가스의 바삭함이 덜 하겠죠. 하지만 수분 부족이 야기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죠. 빵가루의 잔여 수분도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튀기는 과정에서 증발을 통해 열을 빼앗아 빵가루가 지나치게 가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분이 충분치 않다면 빵가루가 까맣게 타버릴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분이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튀긴 후에도 여전히 수분이 남아 돈가스가 눅눅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수분 함량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면, 돈가스용 습식 빵가루를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제품은 적당한 정도로 수분을 함유한 빵가루를 진공 포장한 것으로, 초보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두원|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임두원|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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