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는 늦더위가 여전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는 선선함이 제법 배어 있다. ‘가을의 중간에 있는 명절’이라 하여 중추절(仲秋節)로도 불리는 추석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니, 이제 때는 가을의 한복판으로 치닫는다.
이렇듯 가을이 깊어지면 코스모스가 흐드러진다. 코스모스는 원산지 멕시코에서 들이나 길가에 마치 잡초처럼 피던 꽃이다. 18세기 말 스페인의 식물학자가 이 꽃에 ‘질서정연한 우주’를 의미하는 ‘코스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스모스는 애써 가꾸지 않아도 쉽게 뿌리를 내린다. 가녀린 몸이 바람에 흔들거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씩씩하게 자란다. 또한 혼자 고고하지 않고 더불어 핀다. 수수하지만 어여쁨도 뒤처지지 않는다. ‘우주’의 이미지와 꽤 닮았다.
코스모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1910년대 외국 선교사들이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강인한 생명력과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 됐다. 이런 코스모스를 순우리말로 ‘살사리꽃’이나 ‘살살이꽃’으로도 부른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들 말이 표준어는 아니다. ‘살사리’는 아예 국어사전에 없고, ‘살살이’는 “간사스럽게 알랑거리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어서 꽃의 이름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에는 ‘맨드라미’도 있다. 얼핏 외래어처럼 들리지만, 맨드라미는 순우리말이다. ‘닭의 볏’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닭의 머리엔 붉은 살 조각이 붙어 있다. ‘볏’이다. 이를 ‘벼슬’로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벼슬은 “나랏일을 맡아 다스리는 자리나 그런 일” 또는 “어떤 기관이나 직장 따위에서 일정한 직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쓰인다.
닭의 볏을 다른 말로 ‘변두’라고도 한다. 이 말의 경기·강원도 사투리가 ‘면두’이고, 이것이 ‘면두리’ ‘맨들’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다가 지금의 맨드라미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어원설이다. 머리나 정수리를 뜻하는 옛말이 ‘맨드라미’였다는 설도 있다. 닭의 볏을 한자로는 계관(鷄冠)이라 한다. 따라서 맨드라미의 한자말은 계관화(鷄冠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