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의 송파 음식물 쓰레기

2024.09.09 20:30 입력 2024.09.09 20:31 수정

지난 토요일, 3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울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가득 메웠다. 기후재난에 항의하는 대행진이었다. 9월이지만 폭염인 날씨마저 재난의 증거로 시민과 함께 출석한 듯했다.

강남은 부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곳에 한국 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포스코가 있다. 폭염과 폭우의 노동환경에도 불구하고 작업중지 보상 없이 배달노동에 내모는 쿠팡이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강남을 선택했다.

올해 4회째를 맞는 기후정의행진에는 어린이와 젊은이가 많았다. 멸종위기종인 황새로 분장하고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멸종위기종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나는 포스코와 쿠팡 고층 건물 앞에서 청년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이윤 말고 생명을!” “물, 전기, 가스는 상품이 아니다!”

이미 1962년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농약 사용으로 인한 환경재앙을 경고했었다. 그리고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의 보고서인 <우리들 공동의 미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인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선언했다. 수많은 다짐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상의 삶에선 더욱 악화된 기후재난에 직면해 있다. 올해의 무더위는 백로 절기가 지난 지금도 시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왜 우리는 기후대응에 실패하는가? 그 답은 2024년 강남대로에서 외친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있다. 이윤 추구를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체제에 있다. 기업은 개인과 가정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많은 탄소와 쓰레기를 배출한다.

개인과 가정은 할 만큼 하고 있다. 개인이 가정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잘하고,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1회용품을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만으론 기후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올여름 분명하다. 기업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을 바꾸는 기후정치가 필요하다.

기업은 쓰레기를 줄이고 처리하는 일에서조차 이윤을 먼저 추구한다. 맥쿼리가 투자한 서울 송파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불법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 사건이 그러하다. 맥쿼리는 2017년에 송파 음식물 쓰레기 처리회사인 리클린을 인수했다. 서울에서 제일 큰 처리장이다. 기업이 송파구민의 재산인 공유지 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민영화 방식이었다.

설비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리클린이 허가받은 일 처리량은 하루 515t이다. 그러나 박종현 송파구 구의원이 처음 밝혔듯 리클린은 이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했다. 송파구와 인근 자치단체에서 공적으로 처리를 위탁한 물량 외에 대규모 음식물 쓰레기 발생 사업장 물량까지 개별적으로 가져와 처리했다. 2022년과 2023년에, 하루 한도를 어겨 불법 처리한 날짜는 각각 100일 이상에 달했다. 그 결과 리클린은 돈을 벌었고 인근 시민들은 악취에 큰 고통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일차적 책임은 감독권이 있는 송파구청에 있다. 송파구청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송파구민의 정성을 저버렸다. 2022년 이후 불법처리가 폭증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맥쿼리의 책임도 크다. 맥쿼리는 리클린을 지원하면서 연 11%의 고금리로 운영자금을 빌려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리클린의 불법처리는 이 막대한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압박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송파시민들은 음식물 쓰레기 경진대회까지 열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민영화된 구조에서는 더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이 기업에는 이익이다.

올여름 폭염은 말한다. 나를 피하려면 이윤을 최우선 추구하는 구조를 바꾸라고. 기후 행진에서 자신을 멸종위기종 황새에 빗대 표현한 어린이를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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