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면 숨길수록 커지는 것이 소문이다. 베르길리우스의 말이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강해지고 퍼지면 퍼질수록 세진다. 처음엔 겁이 많고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른다. 발로는 땅 위를 걷지만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 빠른 발과 날랜 날개를 가진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괴물이다. 몸에 난 깃털만큼 많은 잠들지 않는 눈과 소리를 퍼뜨리는 혀와 입과 쫑긋 선 귀를 깃털들 아래에 가지고 있다. (…) 지붕 꼭대기와 높은 성탑에 올라앉아 망을 보며 온 나라를 경악하게 만든다. 사실을 전하지만, 거짓말과 꾸민 이야기도 퍼뜨린다.”(<아이네이스> 제4권 175~189행)
감추면 감출수록 퍼지는 것이 소문이다. 소문이 이미 도시의 골목, 술집의 술자리, 집 안의 식탁에 자리 잡았을 때에는 그것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괴물로 자라나 버린다. 그때에는 사실 여부의 논쟁도 부질없다. 진위에 대한 다툼은 본성적으로 소문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 오비디우스에 따르면, 소문도 한때는 신이었다. 우주에는 바다와 대지와 대기가 한자리에 만나는 곳, 현재-과거-미래가 연결된 지점, 모든 말과 이야기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자리에 소문의 궁전이 있었다. 일종의 관문(Portal)이었다. 오비디우스의 말이다.
“우주의 한가운데, 바다와 대지와 하늘의 중간에 우주의 삼계(三界)가 서로 만나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무엇이든 다 보이고 열린 귀에는 무슨 소리든 다 들린다. 이곳에 소문의 여신, 파마(fama)가 살고 있다. 그녀는 맨 꼭대기에 거처를 마련하고, 그곳에 수많은 입구와 천 개의 통로를 내었고, 문턱에는 문을 달지 않았으며, 밤낮으로 열려 있었다.”(<변신이야기> 제12권 39~46행)
막으면 막을수록 강해지는 것이 소문이다. 서양 옛이야기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묻으면 묻을수록, 덮으면 덮을수록 더 빠르게 자라나는 것이 소문임을 실감할 수 있는 시절이다. 바야흐로, 소문의 위력을 체감하는 시국이다. 모름지기, 누구나 소문통을 하나씩 아예 주머니에 넣고 사는 디지털 세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소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