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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세대 간 형평론, 무엇이 문제인가

2023.02.08 03:00 입력 2023.02.14 10:22 수정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과거처럼 재정주의와 보장성 강화론 간에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 한 가지가 세대 간 형평 문제이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재정주의자들은 이대로 가면 미래세대는 현세대처럼 소득대체율 40%의 국민연금을 받지만 보험료는 지금의 몇 배인 35%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세대 간 형평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동결하고 보험료는 지금부터 올리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큰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을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로만 충당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번 제5차 재정계산 결과 가입자들에게 부과되는 보험료로만 연금 지출을 충당할 경우 보험료율이 2080년에 35%로 추정되었다. 이것은 재정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미래세대가 35%를 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험료 부과 기반을 넓히고 국고를 지원하면 된다.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한다. 하지만 재정주의자들은 보험료 부과 기반 확대와 국고 지원을 이야기하면 그것은 질문에 답하지 않고 주제를 회피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한다. 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보험료로 평균 18%를 내고 다양한 연금개혁으로 미래에도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으로 연금 지출을 관리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도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제5차 재정계산에서 2080년 국민연금 지출을 GDP로 보면 9.4%로 추정되었다. 결국 우리도 미래에 GDP의 10% 정도를 연금에 지출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도 OECD 국가들처럼 미래에 GDP의 10%를 연금에 지출하는데 왜 우리는 보험료가 그들처럼 18%가 아니라 35%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주로 근로소득에만 부과되며, 그렇게 연금보험료 부과 기반이 되는 근로소득은 GDP의 30%에도 못 미친다. GDP의 30%도 안 되는 근로소득에 연금비용을 전부 부과하니 보험료가 35%가 되는 것이다. 재정주의자들은 청장년 인구가 줄어든다고 말하면서도 그 줄어드는 청장년 인구가 버는 GDP의 30%도 안 되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미래세대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얼마 안 되는 근로소득에 연금보험료를 35%나 내야 하는 집단과 돈을 많이 벌지만 보험료를 내지 않는 집단으로 분리된 것이다. 그들은 미래세대가 마치 연금비용을 다 같이 골고루 분담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현세대도 마찬가지여서 현세대도 연금비용을 결코 골고루 분담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세대 간 형평은 각 세대 내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세대론으로 위장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재정주의자들은 보험료 인상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나중에 나타나므로 재정적 착시현상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착시는 그들이 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내년인 2024년부터 인상한다고 하자. 2025년 신규 수급자는 2023년까지 계산된 연금급여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받지만 2024년 1년치 연금은 인상된 것으로 받는다. 이렇게 보면 2029년 신규 수급자는 2024~2028년 5년치는 인상된 연금으로 받는다.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의 시차는 별로 크지 않다. 게다가 소득대체율이 올라 5년치 혹은 그 이상 급여를 인상된 것으로 받게 되면 노인 빈곤이 확연히 줄어 빈곤 경감의 부담이 크게 준다. 여기서 절감된 재원은 자영업자나 저임금 노동자의 연금 가입에 지원할 수 있다.

재정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면 그 일차적인 목적은 적정 급여의 보장이어야 한다. 또한 유럽과 달리 우리 국민들의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의 사적 부담을 생각하면 보험료 인상이 마냥 쉬운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재정주의자들은 특정한 가정을 전제한 35% 보험료로 국민들을 겁박하여 보험료 인상을 외치면서도 소득대체율은 한푼도 못 올리겠단다. 이것은 재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국민연금을 약화시키려는 국민연금 약화론이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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