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등 1·2학년에게 필요한 ‘체육교과’

2024.05.19 20:40 입력 2024.05.19 20:41 수정
이승배 안산화정초등학교 교사

1981년 도입된 통합 교육과정 아래 ‘즐거운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체육, 음악, 미술이 통합·운영됐다. 이후 지난 40여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원인이 됐다. 초등 1~2학년의 신체활동 부족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됐고 부족한 신체활동은 소아비만 등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소아비만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소아비만은 적정 시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의 조기 발병을 유발한다. 소아비만 중 75~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 10명 중 4명이 비만, 나머지 6명 중 다수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굳이 통계를 찾지 않더라도 지금 아이들이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심각한 ‘운동 부족증’을 확인할 수 있다. 1~2학년 아이들은 제대로 뛰지를 못한다.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운동장 한 바퀴를 완주하지 못한다. 한 바퀴를 돌면, 토하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러한 심각한 사태는 왜 발생했을까. 1~2학년 담임 교사들이 체육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어서다. 교실 밖에서 하는 놀이 혹은 체육수업은 교실 안 활동과 비교할 때 피로도가 휠씬 높다. 40분 동안 체육 혹은 놀이수업 하자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설령 운동장에 나가더라도 1~2학년들이 체계적인 신체활동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지난 40여년간 초등 1~2학년 아동들의 체육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사라졌다.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체육계와 학교 현장 등 여러 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심각한 소아비만율뿐만 아니라 대근육을 쓰고자 하는 아동들의 운동 욕구, 정상적인 발육·발달, 뇌 자극 및 성장 등에 관한 문제들이 계속 나왔지만, 교육과정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이 유일하게 체육교과를 음악이나 미술교과와 통합해 가르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교과명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초등 1~2학년부터 체육교과를 여타 교과와 분리해서 독립적인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체육교과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논리적 타당성을 견지하며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교육에서도 체육을 음악이나 미술과 분리해 가르치고 있다.

체육교과를 단독 편성한 것은 초등 3·4학년부터다. 왜 초등 1~2학년 체육을 미술, 음악과 통합해 가르쳐야 할까. 교육의 일관성이나 연계성과 체계를 봐도 체육, 음악, 미술을 하나의 교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는 수차례의 논의를 거쳐 ‘체육교과를 타 교과와 분리·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함’을 공식적으로 심의·의결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교과서 개발 등을 위한 2~3년의 준비 기간이 남았다. 일부 현장의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체육활동 공간 마련 및 개선 등 실제 적용을 위한 현명한 교육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배 안산화정초등학교 교사

이승배 안산화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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