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민정비서관실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은폐·조작한 정황이 나왔다. 민정비서관실이 당시 최순실씨의 비위 행위에 관한 정보도 입수했지만 덮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에 연루돼 민정비서관실 조사를 받았던 한일 전 경위는 중앙일보·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압수당한 휴대전화에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개인사를 관장하면서 대한승마협회 등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전 경위는 “민정에서는 이미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결국 최순실과 관련된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입막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건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관천 전 경정이 “권력 서열이 최순실씨가 1위, 정윤회씨가 2위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정비서관실은 한 전 경위에게 허위 진술도 강요했다고 한다. 한 전 경위는 “ ‘문건을 최경락 경위에게 넘겼다고 검찰에서 진술하면 불기소도 가능하다’며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협조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한 전 경위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사건을 덮기 위해 민정비서관실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 전 경위는 검찰에서 실제로 그렇게 진술했지만 며칠 뒤 최 경위가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결국 검찰 수사는 청와대가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 검찰은 비선 실세 의혹이나 십상시 모임 모두 사실이 아니고 유출된 청와대 문건은 과장된 짜깁기라고 발표했다.
당시 검찰 수사는 대검 강력부장 겸 반부패부장 직무대리인 윤갑근 현 대구고검장이 지휘했다. 윤 고검장은 우 전 수석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수사팀장에 지난 8월 임명됐지만 늑장·부실 수사로 일관하고 우 전 수석을 소환해서도 차를 대접하는 등 이른바 ‘우병우 앞에 두 손 모은 검찰’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검찰이 원칙대로 수사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있었을 테지만 축소·은폐했고 결국 국정 마비를 초래했다. 국가적 재앙을 낳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필요하다. 우 전 수석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뿐 아니라 당시 수사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