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합의 깨지 않았지만 일본 면책 아니다

2018.01.09 20:48 입력 2018.01.09 20:52 수정

문재인 정부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처리 방향을 9일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시 합의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도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던 만큼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되 기금 처리는 향후 일본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스스로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의 발표문은 위안부 문제를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서 장기적 과제로 다뤄 나가되 이 문제가 여타 한·일관계에까지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투트랙’ 기조에 부합한다. 발표문에는 정부가 최종단계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흔적들이 엿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부 발표에 성이 차지 않는 시민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당장 정의당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하지만 정부의 처리방향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한다. 과거사 문제는 단기적인 외교 협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2015년 한·일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꾀하려 한 것이 오히려 난센스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만큼 위안부 문제를 “한·일 양자차원을 넘어 전시 여성 성폭력에 관한 보편적 인권 문제”로 규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또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정부가 모든 노력을 해나가겠다”며 장기 과제로 삼기로 한 점도 역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전반을 좌우하지 않도록 하면서 미래지향적 협력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토록 상대 입장을 헤아리지 않은 채 성마르게 반응할 사안인지 의문스럽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의 복원을 희망한다면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부담까지 감당해 가면서 ‘합의 유지’ 방침을 밝힌 취지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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