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시확대론, 총선 앞둔 ‘교육 포퓰리즘’ 경계해야

2019.09.19 20:36 입력 2019.09.19 20:49 수정

정치권에서 ‘정시 확대론’이 분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시·정시 비율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편승하려는 목소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시 확대론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17일 김재원 의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등 한국당 의원 17명은 대학 입시에서 특별전형과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수능 시험만 활용한 정시모집 100%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시 확대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민주평화당도 지난 16일 박주현 수석대변인이 “정시모집 비율을 50%로 확대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시 확대론이 나오고 있다.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17일 방송 인터뷰에서 “정시를 조금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은 최근 “정시 비율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일 “2022학년도 입시는 기존 대입 개편방안 발표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당정 회의 후엔 조승래 의원이 “정시·수시 비율 조정 문제는 협의 자체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본다”고 정시 확대론을 경계했다.

‘조국사태’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선 논의가 정시 확대론으로 튀고 있는 상황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각 분야의 목소리를 듣고 지난해 마련한 2022년까지 정시 30% 단계 확대 방안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엔 계층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정시를 선호하며, 하층은 상대적으로 입시 관련 논의에서 배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정시는 상위층과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기존의 실증적 연구 결과도 많다. 대통령의 대입 개선 발언 이후 증권사들은 정시 확대 논의와 교육 테마주의 수혜를 전망했고, 예측대로 사교육 업체의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시 확대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수능·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와 배치된다.

총선이 가까운 시점에서 정시 확대 같은 화끈한 한 방으로 주목받고 싶은 유혹은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장·단기 효과에 대한 면밀한 교육적 평가나 비전 없이 정시 확대가 만병통치약인 듯 주장하는 것은 학생·학부모 불안을 야기하고 공교육을 저해하는 포퓰리즘일 뿐이다. 국회가 할 일은 중구난방 의견 개진이 아닌, 종합적인 비전 마련과 차분한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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