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전술핵 위협 커지는데 친일·친북 싸움만 할 건가

2022.10.11 20:33 입력 2022.10.11 20:34 수정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친일·친북 논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최근 실시한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무기 운용 훈련이었다고 했고, 일본은 이에 대응한다며 군사적 역할 확장을 꾀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대두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모색해도 부족할 판에 지지층을 결집할 말만 해대고 있으니 답답하다.

논쟁에 불을 댕긴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한·미·일 3국 해군이 동해에서 잇따라 연합군사훈련을 한 것을 두고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말했다. 10일에는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한발 더 나갔다. 이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죽창가의 변주곡이자 반미투쟁으로 가는 전주곡”이라고 비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묻지마식 친북 행위”라고 논평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를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논리 비약에 극단적 표현을 쓰는 바람에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한·미·일 3국 합동 훈련은 과거사 등 한·일관계의 전반적 개선을 제쳐놓고 군사 협력만 강화하는 것이 문제이다. 하지만 이 훈련 때문에 일본군이 다시 한반도에 진주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다. 북한의 위협과 주변국 안보 상황을 제대로 살피고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여당의 공세 역시 비논리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북핵에 대응하는 훈련을 미·일과 하지 중·러와 하겠느냐”는 수준 낮은 반박을 내놓더니 친북 행위라고 색깔론을 들이댔다. 급기야 정 비대위원장은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썼다. 일제의 침략 의도를 탓하기는커녕 잘못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논법이다. 논쟁의 수준을 확 떨어뜨린 잘못된 발언이다. 윤 대통령이 11일 한·미·일 훈련에 대한 우려 제기에 “핵 위협 앞에서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도 아쉽다.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로, 강경책 이외 북핵 대응 전략이 없음을 자인했다. 북핵에 대응할 수 있다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7차 핵실험까지 할 것이고, 한·미·일은 높은 수위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다. 한반도는 전례없는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여야는 당장 당리당략적 정쟁을 멈추고 위기 타개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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