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E100 인정 못받는 원전 연구·개발에만 4조원 쓰겠다는 윤 정부

2024.02.23 15:55 입력 2024.02.23 18:22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남 창원을 방문해 “올해를 원전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원전 산업 지원책을 발표했다. 3조3000억원 규모의 일감 공급과 1조원 규모의 특별금융, 원전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세제 혜택, 소형모듈형원자로(SMR·소형원전) 연구·개발 대폭 증액 방침 등을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관련 기업이 집중된 지역을 찾아 선심성 정책을 내놓은 것이 관권 선거운동 의심을 받는다는 점은 제쳐두고라도 그 내용에 문제가 많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SMR 등 차세대 원전 연구 개발 예산 5년간 4조원 투입’이다. 윤 대통령은 “SMR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남·창원 원전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SMR 클러스터 구축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15%, 약 4조6000억원이나 삭감해 놓고는 원전 연구 개발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써도 괜찮은가. RE100(재생에너지 100%)의 세계적인 확산에 따라 태양광·풍력 산업 육성이 시급한데도, RE100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원전에 집중하는 것은 산업정책 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다.

소형원전이 과연 정부가 장담하듯 “미래 먹거리”,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인지도 의문이다. 소형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데다 따라서 상용화 여부도 불투명하다. 가장 앞서 있었던 미국 뉴스케일의 소형원전 개발 계획인 유타주 무탄소발전사업(CFPP)은 비용이 계속 늘어나면서 지난해 11월 해당 업체의 부도로 20여년 만에 전면 중단됐다. 그후 투자자들이 소형원전 사업의 허위과장을 문제삼으며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소형원전이 대형원전과 마찬가지로 방사능 사고 등 근본적인 안전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원전은 전세계적으로 지는 산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계에너지전망에서 지난 10년 사이 태양광·풍력 발전이 원전을 추월했으며, 향후 10~20년 내 그 격차가 압도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봤다.

윤 정부의 의도는 기후위기 대응을 구실 삼아 원전 산업의 연명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형 원전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 연구 개발을 전혀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지 ‘미래 애물단지’가 될 지 알 수 없는 분야에 국민 동의도 없이 돈을 투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1월29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 모형을 들여다 보고 있다. 실제 소형모듈원자로는 전시된 모형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021년 11월29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소형모듈원자로(SMR) 모형을 들여다 보고 있다. 실제 소형모듈원자로는 전시된 모형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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