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2주를 앞둔 27일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갑작스럽게 꺼냈다. 그는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으로 여의도 정치를 종식하고, 국회의사당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시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 후 ‘세종 행정도시 완성’을 지지해 온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에선 곧바로 추진하자는 입장이 나왔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행정 비효율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뜬금없기도 하다. 그간 국회의 세종시 이전에 반대하고 소극적이던 당사자는 바로 현재의 여권이었다. 한 위원장이 입장 번복에 대한 사과·설명은 한마디 없이 마치 새로운 공약인 양 내세우는 건 온당치 않다. ‘대파 소동’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에 분노한 시민의 눈을 잠시 돌리려는 정략적 발상이어선 안 된다. ‘여의도 정치 종식’ 운운한 것도 독단적일 뿐이다. 후진적인 정치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국회가 자리잡은 물리적 공간을 여의도에서 세종시로 옮긴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세종시로 옮기면 검찰 개혁이 이뤄진다는 말인가.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개발 방향도 동시에 제시했다. 여의도와 그 주변의 고도제한 규제를 풀겠다며 마포·영등포·동작·양천·용산 지역 등을 일일이 거론했다. 한 위원장은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김포시의 서울 편입도 약속한 터다. 앞서 전날 여당 출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공간 개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동북권·서북권 11개 자치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련의 여권 정책을 종합하면 세종시도 키우고, 서울 도심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발전시키면서 서울의 외연도 더욱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그 자체로 모순이다. 선거용으로 앞서간 것이거나 서울·세종 지역 부동산 부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사탕발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입법·사법·행정기관 이전을 필두로 한 세종시 행정수도 정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이 줄기차게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미 세종시에 부지도 준비돼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본회의에서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 세종의사당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도 통과시켰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무분별한 수도권 개발·확대 방안을 철회하고, 총선 일정이나 결과에 관계없이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