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돌파구 못 찾은 대통령·전공의 첫 대화, 총선용 이벤트였나

2024.04.04 20:33 입력 2024.04.04 20:43 수정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에 지난 3일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에 지난 3일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지 44일 만에, 윤 대통령이 대화를 제안한 지 이틀 만에 성사된 만남이다. 그러나 첫 대화는 평행선을 달리다 진척 없이 끝났다.

박 위원장 홀로 참석한 이날 대화는 사진·영상 촬영도 없이 2시간 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박 위원장은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설명했다고 한다. 사전에 예고했듯이 ‘2000명 증원안’ 백지화와 일방적인 의대 증원·배정 철회도 요구했음직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면담 후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원칙적 예우에 그쳤고, 박 위원장은 비관적 전망을 표출한 것이다. 쟁점인 증원 문제에서 접점과 성과가 없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혹시나’ 하고 이 면담을 지켜본 국민들은 우려와 낙담을 금치 못한다. 장기화된 의료공백은 한계 상황에 처했다. 상반기 인턴 등록 예정자의 96%가 임용을 포기해 의사 수급·증원 로드맵도 상당 시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국민들도 이젠 의·정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린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가 의료개혁의 본질이자 궁극적 목표임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2000명 빗장’의 불씨를 지핀 윤 대통령과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대화의 물꼬만 열고, 의·정 협의체 구성·참여나 의료현장 복귀 소식 없이 첫 대화가 끝나버린 것이다. 알맹이 없는 면담에 전공의들 반응도 싸늘하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사전투표 전날 충분한 절충 준비 없이 ‘총선용 그림 만들기’에 집착했다는 비판대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의료개혁은 정부와 의사들의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정부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현장을 떠난 의료진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정부 책임이자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우선 전공의 처우 개선 문제부터 머리를 맞대 첫걸음을 떼기 바란다. 전공의들도 전향적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진전된 노력을 보여주길 당부한다. 다시 먹구름이 끼었지만, 어렵사리 마련된 대화의 장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기약 없는 의·정 대치를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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