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적격 사유 넘치는 이진숙, ‘방송장악위원장’ 임명 말라

2024.07.24 19:42 입력 2024.07.25 10:22 수정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가 24일 시작됐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MBC는 노조 때문에 정치성이 강화됐다”며 노동자를 적대시했고, “경영 사유가 (MBC 사장의) 가장 중요한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다”며 현재 흑자의 질을 따져보겠다고 했다. 2012년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비밀리에 지분 매각을 논의했던 그는 “민영화 요구는 크지만 야당이 192석을 가진 상황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눈엣가시가 된 MBC 장악을 위한 공세적 인식과 의지를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극우·보수로 편향된 정치관과 왜곡된 노사관을 드러냈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좋아요 연좌제가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영화 <택시운전사> <암살> <기생충> 등을 ‘좌파 영화’로 꼽고 연예인들을 좌파·우파로 낙인찍은 데 대해 반성은커녕 “알게 모르게 이념이 체화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는 “자연인으로서 말한 것들에 대해 말씀하시면 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MBC와 KBS가 더 많은 청년들을 이태원으로 불러냈다’거나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세력’과 같이, 음모론적 글에 대한 반박이라 어처구니가 없다. 고위 공직에 임용될 민간인 검증은 그의 언행과 성과로 평가하는 게 맞다. 이렇게 상식 밖의 편향된 인식을 가진 이가 공정성이 생명인 방통위를 이끌 자격이 있다고 보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노조가 중요한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이 후보자 발언도 독단적이고, 다수 구성원이 참여하는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한 보도와 경영에 노조는 주요한 한 축이고, 더욱이 노사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공영방송에서는 대화·설득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게 경영진이 할 일이다. 이 후보자는 대전MBC 사장 시절 서울 거주지 근처와 골프장·유흥업소 등에서 법인카드를 다수 쓴 의혹에 대해 “사적으로 1만원도 쓰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인사는 이 후보자뿐이 아니다.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6시50분 여권 위원 5인만 참석한 임시회의를 기습 공지한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차기 위원장으로 호선됐다. 뭐가 그리 급한 것인가. 그는 그동안 MBC에 대한 무더기 징계와 청부 민원 논란을 빚은 인물이다. 그런 이를 임기 종료 다음날 군사작전처럼 연임시킨 것은 또 한 번 편파·졸속·파행으로 점철된 방심위를 예고한 것일 수 있다.

부적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방통위원장 후보와 역대 최악의 방심위원장 연임은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송 장악을 위한 폭주를 멈춰야 한다. 그 폭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책임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김재철 전mbc사장 등이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류희림 방심위원장, 김재철 전mbc사장 등이 24일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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