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광복절 특사 명단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현기환·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이 사면·복권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농단 주범들이 사실상 모두 면죄부를 받게 된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현 전 수석은 보수 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 당사자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했다. 하나같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사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징역 14년2개월이 확정됐는데 2022년 말 감형받고 가석방되더니, 이번엔 특사로 복권까지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사면했고, 기회 될 때마다 국정농단 연루자들을 특사에 포함시켜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생명’을 줬다.
국정농단 사건은 헌정사에 중대한 오점으로 남아 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지만, 이 단죄를 가능케 한 것은 촛불민심이었다. 이들을 용서하려면 당연히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이라고 일방적으로 사면·복권하는 건 정의롭지 않고 민심에도 역행한다.
광복절 특사 후보자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들어 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징역 2년형 중 형기 5개월을 남기고 2022년 12월 특사로 사면됐다 이번에 복권 대상이 됐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그중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 않았다’며 복권에 반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김 전 지사 사면 발표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한 대표 아니었나. 한 대표는 수사·처벌했던 국정농단 주범들이 특사가 되는 것에는 왜 침묵하는가.
윤 대통령 특사는 취임 2년5개월 만에 벌써 다섯 번째다. 윤 대통령은 매번 국민통합 차원에서 생계형 사범 위주로 사면할 것처럼 하더니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인물들을 특사에 끼워넣었다. 이번 특사를 두고도 보수층 결속을 꾀한다거나 야권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다. 윤 대통령은 원칙 없이 남용하는 특사는 국민통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사법 정의를 훼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