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가 12일 주가조작에 돈을 댄 손모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도이치 주가조작의 다른 전주인 김건희 여사 사법처리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여겨졌고, 검찰도 항소심 결과를 보고 김 여사 처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손씨의 2심 유죄 선고로 검찰이 김 여사 처분을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손씨가 2차 시세조종을 주도한 김모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김씨 요청에 따라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한 점 등을 들어 전주인 그가 2차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내용을 모르더라도 자신의 돈이 시세조종에 이용되거나 이용될 거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방조죄는 성립한다고 했다. 시세조종 성공 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방조할 경제적 동기도 있다고 봤다.
2심 재판부가 손씨의 방조죄를 인정하면서 제시한 미필적 인식, 경제적 동기는 김 여사의 방조죄 혐의 유무를 따지는 판단 기준도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선 김 여사의 3개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이 인정됐다.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통정·가장매매 102건 중 48건이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검찰은 김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으로 23억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견서를 1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2차 시세조종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노트북에선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고, 김 여사가 자신의 주식을 허락 없이 싸게 팔았다며 작전세력 측에 항의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이 모두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자신이 직접 계좌를 운영한 손씨와 달리 김 여사는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일임한 점,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의 8만주 매도 요청을 받은 뒤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만주를 매도한 정황 등을 들어 방조죄에 그치지 않고 공모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의 1심 유죄 선고가 나오고도 1년6개월간 김 여사 대면조사를 뭉개다 지난 7월에야 명품백 수수 사건과 묶어 굴욕적인 출장 조사를 했다. 검찰이 주가조작 전주의 방조죄를 인정한 2심 결과를 받아들고도 김 여사 처분을 계속 미루거나 봐주기로 일관한다면 권력의 시녀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다. 검찰은 신속한 보강수사를 거쳐 김 여사를 의법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