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직격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불편해지더라도 ‘편들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자로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심을 더 따르고 더 반응하지 않으면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더이상 기회가 없을 거라는 추석 민심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추석 연휴기간 체감한 심각한 민심 이반을 윤 대통령에게 강한 어조로 경고한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은 현 시국이 비상 상황임을 실감케 하는 사건이다.
실제 민심은 ‘심리적 탄핵’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잇달아 최저점을 찍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정 동력의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지는 20%를 기록했다. 이런 민심이반 상태로는 의료 등 4대 개혁은 커녕 일상적인 국정 추진도 쉽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어려운 민생과 함께 소통 미흡, 독단적 리더십을 부정평가 이유로 지목했다. 1년전에도, 2년전에도 지적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민심은 절망 상태에 빠져 있다. 한 대표의 대통령 비판이 보도된 이날 시민사회·종교계·노동계 원로인사 1500인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 대표의 대통령 직격에 대해 친윤계는 “훈수정치가 당 지도부 본연의 자세는 아니다”(강승규 의원)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한 대표의 비판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오히려 그동안 독단과 불통으로 일관한 윤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참모·친윤계들이 자성해야 할 일이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여당 대표가 이제라도 비정상적 국정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할 뜻을 밝힌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한 대표는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비판 등 수차례 대통령실을 향해 결기를 세웠다가 흐지부지 접는 행태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민심을 수습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부터 정리해야 한다.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와 최근 불거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개입 등에 대해 김 여사가 제대로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은 물론 특검을 자청할 정도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버티고 뭉개서 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민심 이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정책·인사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서 쇄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