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대규모 열병식을 비롯해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가 1일 열렸다.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초대형 탄두를 실을 수 있는 현무-5 미사일이 처음 선보였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한국 공군기와 함께 비행하기도 했다. 군은 이날 합참 핵·대량살상무기 대응본부를 확대 개편해 전략사령부를 창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 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 등장한 첨단무기와 대통령 연설은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를 담았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비슷하다. 또 달라지지 않은 것은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이었다. 이날 오후 군은 윤 대통령과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숭례문에서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대로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각군 장병 수천명이 각종 첨단무기를 과시하며 줄지어 행진했고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서울 상공을 비행했다.
2년 연속 도심 열병식을 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다.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1980~1984년 매년 도심 열병식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화로 바뀐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도심 열병식은 5년 정도 간격으로 뜸하게 행해졌다. 중국이 2015년 전승절 70주년 대규모 열병식을 했을 때, 북한이 지난해 75주년 건군절 열병식을 했을 때 지구촌이 구닥다리 행사라고 비웃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국방부는 열병식에 지난해 병력 6700명을 동원해 예산 101억원을 썼고, 올해는 5400여명을 동원해 79억원을 썼다. 이번 행사 준비 과정에 부상자도 발생했다고 한다. 많은 시민들은 이런 행사가 정말 군의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있다. 휴일 오후 시간 도심 교통을 전면 통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군 육성은 장병들의 사기에서 출발한다. 장병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식주와 의료체계를 비롯한 제반 복무 환경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실에 따르면 국방부 소관 병영생활관 시설 개선 사업 예산 집행률은 2023년 65.3%로 저조하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국가 예산을 효과도 의심스럽고 시민 불편을 유발하는 구시대적인 행사에 낭비하지 말고 온전히 장병의 안전과 복리를 위해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