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2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그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김 여사 혐의를 적극적으로 묻지 않고, 검찰의 대안 격인 특검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봉쇄하려드는 셈이다. ‘가족 방탄’을 위한 통치권 사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 없어 청탁금지법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실을 신고할 청탁금지법상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을 무혐의 처분하고, 검찰수사심의위의 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명품백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이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의 결론은 상식과 국민 법감정을 우롱하는 것이다. 특히 무혐의 처분의 전제인 직무관련성에 대한 검찰 판단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이 개인적 소통의 영역을 넘어서 대통령 직무와 관련되어 제공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목사는 명품백 등을 건넨 전후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는데, 이런 청탁 내용이 국정 전반에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통령 직무와 무관하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런데도 검찰은 명품백 성격에 대해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궤변을 폈다. 명품백이 접견 등을 위한 수단이고, 접견 등을 통해 이런저런 청탁을 했다면 접견의 목적은 청탁이요, 명품백은 청탁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이렇게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에서 혐의 유무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법원 판단을 구해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럴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고위공직자 부인이 청탁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제재할 수 없다는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의혹이 잇따르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 처분도 하세월이다. 그래놓고 야당 대표 부인은 10만원을 문제 삼아 기소하니, 검찰은 최소한의 ‘공익 대변자’ 역할과 존립 이유를 잃었다.
검찰이 이런 식이라면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수사할 대안은 특검밖에 없다.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 여당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두번째, ‘채 상병 특검법’에 세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건 24차례로 늘었다. 윤 대통령은 여당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다. 한동훈 대표는 불참했다. 양 특검법 국회 재표결에 대비한 내부 단속용 만찬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감사원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 김 여사가 관여한 의혹에 눈감은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그에 앞서 국민권익위는 김 여사 명품백 수수가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했는데, 이를 주도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최근 사직했다. 국정감사를 피하려는 ‘꼼수 사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 모든 일들이 김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지금 온 국정이 ‘김 여사 방탄·보호’에만 쏠려 있는지 윤 대통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