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만에 통화 정책을 ‘인하’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증가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어 정책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이유는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하락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금리를 0.75% 올린 후 2023년 1월 3.5%까지 줄곧 인상 기조를 유지하다 그후 지금까지는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간 서민들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중고에 시달려왔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세지만, 내수는 얼어붙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 2.4% 달성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특히 민간 소비는 1분기 0.7%에서 -0.2%로 고꾸라졌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1.2%, 1.7% 줄었다. 이 때문에 금리 인하를 더 미루기엔 힘들다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떨어진 것도 금리 인하 부담을 줄여줬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가계빚 증가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한국 경제의 복합적 위기 속에서 한은이 지난 8월 금리 동결을 선택한 이유도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컸다. 수도권 집값은 지난 7~8월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급등세를 보였고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특례보금자리론·신생아특례대출 등 저금리 ‘정책 대출’ 확대도 가계 빚 증가를 부추겼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은 9월 한 달간 하루 평균 3451억원이 새로 취급돼 8월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록을 세웠다. 여전히 가계빚 증가 속도가 안정됐다고 속단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가 당초 목적대로 내수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집값 상승을 막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집값이 상승하면 대출 수요가 늘고, 결국 원리금 상환 부담에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얼마 전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 경고도 있었다. 금리 인하를 바랬던 정부는 안도할 때가 아니라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집값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재정 상황이 취약한 정부로선 내놓을 경제 정책 수단이 말라 버린다. 집값 상승 소지를 없앨 과감한 정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