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임원들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주 6일 근무에 들어간다. 평일 외에 토·일요일 중 하루를 더 일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미 주 6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 관계사 임원들이 이번주부터 참여하고,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임원들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지 않았지만,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죽 어려우면 이럴까 싶으면서도 생뚱맞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에서만 1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임원들 먼저 정신 재무장을 통해 올해 반드시 위기 극복을 해내자는 결의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신 무장이 토·일요일에 출근해야만 되는 것인가. 사실 대기업 임원들은 일과 사생활이 구분되지 않는 삶을 산다. 사무실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회사 생각만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걸 ‘6일 근무제’로 틀 짓고 강박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삼성은 임원 외에 부하 직원들의 ‘동반 출근’은 전면 금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무가 주말에 출근하는데 부장이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는 없다. 토요일은 임원들의 회의가 있을 것이 뻔하다. 금요일 오후마다 회의 자료와 보고서를 준비하느라 비상이 걸릴 텐데 과장과 대리가 제때 퇴근할 수 있을까. 삼성의 결정은 다른 대기업은 물론이고 산업계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 6일 근무는 노동시간 단축이 대세인 시대의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구글이나 애플이 경영난 타개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직원들 근무 시간을 늘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나. 반도체 감산 결정 시기를 놓치고 국내외 경쟁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주 5일 근무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글로벌 무대를 뛰는 삼성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과 창의로 위기를 타개해왔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살아 있다면 그룹의 이번 조치를 어떻게 생각할지 자못 궁금하다. 오창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