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불편 줄이려 점자 새긴 마스크 발명했죠”

2022.08.25 22:33 입력 2022.08.25 22:35 수정

여성 발명왕 엑스포에 ‘점자 표기 마스크’ 출품한 이유미씨

이유미씨가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여성발명왕 엑스포’에서 점자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유미씨가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여성발명왕 엑스포’에서 점자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기존 마스크에선 ‘앞·뒤’ ‘위·아래’ 잘 구분 못해 거꾸로 착용 일쑤
“장애인 동생 위해 발명 시작”…첫 발명품 ‘맨홀 뚜껑 잠금장치’ 눈길

“아, 이게 앞이구나. 맨날 거꾸로 쓰고 다닌다고 사람들이 하도 지적해서…. 진작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25일 경기 고양시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여성 발명왕 엑스포. 이유미씨(44)가 개발한 ‘점자 표기 마스크’를 쓴 시각장애인 나응문씨가 이같이 말했다. 나씨의 손끝은 점자로 ‘앞면’이라고 새겨진 마스크 오른쪽 위편을 향했다.

이씨가 점자 표기 마스크 발명에 나선 계기는 단순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마스크를 거꾸로 착용한 아이를 여럿 목격했다. 대부분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들로, 특히 덴털마스크의 ‘앞과 뒤’ ‘위와 아래’를 잘 구분하지 못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점자로 ‘앞면’이라고 찍힌 스티커를 마스크에 붙여줬는데, 스티커 가장자리가 날카롭다보니 아이들 얼굴에 생채기가 날 때가 있었다”며 “아예 마스크에 점자를 새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발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수를 위한 마스크 생산에 나서겠다는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점자 표시 과정에 고온의 ‘열’을 사용하다 보니 원사가 녹는 현상이 발생해 적합한 소재를 찾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씨는 “우여곡절 끝에 경기 여주시에 있는 마스크 공장을 찾게 됐다. 자초지종을 들은 공장 측에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응해줘서 제품 개발과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판매도 해볼까 시도했지만, 국내산 원사만을 써야 해서 마진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통망을 뚫기도 힘들어 판매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신 지난해 3월 특허 출원을 마친 뒤 1년6개월 동안 200만장이 넘는 마스크를 자비로 장애인시설 등에 기부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이씨가 발명에 눈을 뜬 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환자였던 동생을 돌보면서다. 팔다리 관절이 마비돼 거동이 어려운 동생을 위해 뛰어든 발명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한 살 터울인 동생이 2017년 세상을 뜬 뒤에는 매달 동생 병원비로 사용하던 돈만큼 발명과 기부에 쓰고 있다.

이씨는 생전에 동생이 던진 말 한마디가 삶의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2003년 여름이었나.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루푸스 환자들 모임이 있었어요. 모임에 참석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언니, 나는 돈이 생기면 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그 말이 아직 선명히 기억나요.”

이날 선보인 발명품은 마스크만이 아니었다. 이동식 수납용기가 갖춰진 의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떨림 방지 기술이 접목된 주전자 등이 소개됐다. 그중 방문객 눈길을 끈 것은 이씨의 첫 발명품이기도 한 ‘맨홀 뚜껑 잠금장치’였다. 이달 초 수도권에 유례없는 폭우가 내린 뒤 맨홀 안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터다. 이씨는 아들과 함께 이 장치를 무려 6년 전에 개발했다. 가족여행으로 부산을 갔다가 뚜껑이 없는 맨홀에 동생이 빠질 뻔한 일이 발명의 단초가 됐다.

이씨는 “최근 폭우가 내리면서 맨홀 잠금장치가 재조명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 안전과 관련한 발명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저 자신의 아픔보다는 옆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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