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같은 여당, 무기력한 야당

2013.08.16 22:10

새누리 의원은 해명 기회 제공… 민주 의원은 기존 주장 재탕·삼탕

16일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특위 위원이라기보다 마치 원세훈·김용판 두 증인의 ‘국선 변호인’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야당도 기존 주장을 재탕·삼탕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혹을 추궁하기보다 혐의를 해명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이장우 의원은 증인들에게 “요즘 잠을 제대로 주무시나”라며 “억울하시죠”라고 물었다. “어제도 잠을 못 잤다”(김용판), “오래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잔다”(원세훈)는 답변을 들은 이 의원은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 게 억울한 일을 당해 잠이 안 오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진태 의원은 “영국은 정보기관 MI6 기관장이 누군지 국민들도 모른다”면서 “비밀이 생명인 정보기관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종북 세력들이 직원 집 앞에서 진을 치고 24시간 카메라를 찍었다”고 말했다.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이라는 새누리당 주장의 연장선이었다.

소회를 말할 기회를 받은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은 국가 안보의 중추 기관”이라며 “국민들께서 지켜주실 건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의 질문은 증인 답변보다 훨씬 길었다. 권성동 의원은 “대선 전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거부했던 증인(원세훈)이 댓글을 몇 개 달라고 지시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죠”라고 물었고 원 전 원장은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민주당은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을 청문회장까지 끌어냈으나 정작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존 특위 회의에서 제기된 내용을 되풀이 질의하거나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증인들을 대상으로 공소장을 읽어주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두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데 대해서는 전혀 대비되지 않은 듯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렵게 이뤄진 증인 청문회인데 국정조사가 사실상 이렇게 끝나는 것인지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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