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이번주 황찬현 감사원장(11~12일)·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12일)·김진태 검찰총장(13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야당은 청문회 기간 ‘현미경 검증’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청문회는 감사원장(마산)·검찰총장(진주) 후보자의 출신지역을 들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한 ‘신PK(부산·경남) 시대’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5·16 평가는 부적절”… 감사원 독립 유지 의문 지적
각종 의혹 자료제출 비협조… 야 “청문회 못하겠다”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60)는 5·16 쿠데타와 유신헌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서면질의에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 직무 감찰 여부에 대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현시점에서 감사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황 후보자가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감사원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후보자는 첫 징병검사에서 현역 대상으로 편입됐다가 신체검사를 다시 받아 고도근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그러나 근시 유무 확인을 위해 법관 임용 후 받은 정기검진 기록을 달라는 야당 의원들 요구에 “검사를 받은 바 없다”면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1981년과 1982년에는 각각 자녀 출산과 운전면허증 취득을 이유로 두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2003~2005년 일과시간에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강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무소속 강동원 의원은 “황 후보자 장남의 최근 3년간 급여소득과 부모에게서 증여받은 돈을 합치면 2억4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고액은 1억100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가 자료제출 요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11일 청문회 무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사청문특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10일 밤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사용내역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일부 서면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 이 상태로는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문형표 복지장관 후보자
장관 지명 전후 종소세 등 세금 3건 지각 납부
기초연금안 지지 ‘입장번복’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57·사진)의 부친이 유신 시절 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 사건을 담당한 비상고등군법회의 판사로 재직하며 무고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고 민주당 인사청문회검증단은 밝혔다. 광주지법원장을 끝으로 법관 생활을 마감한 문 후보자 부친인 문영극 판사는 1974년 민청학련·인혁당재건위 사건 등 유신독재에 반발해 일어난 시국사건 항소심 재판에 참여했다. 당시 비상군법회의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된 유인태 의원과 이철 전 철도공사 사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문형표 후보자는 3건의 세금을 뒤늦게 납부했다. 그는 2011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81만8900원을 장관 후보에 임명된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납부했다. 관련 자료는 처음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에는 빠져 있었다. 또 아들에게 준 예금 2700만원에 대한 증여세 111만원과 2010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106만3220원을 각각 후보자 지명 전후로 납부했다.
그는 지난 5년간 기부금 납부 기록이 전무해 취약계층 보호와 나눔문화 실천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수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기초연금안과 상반된 주장을 폈다. 후보자가 된 직후에는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질병 탈락이라더니… 장남 ‘병역기피 의혹’ 커져
신체검사와 무관 드러나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61·사진)는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이 관건이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 ‘4차례 군에 지원했으나 질병으로 탈락했다’는 해명과 달리 서류·면접 심사에서 번번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 김 후보자의 장남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운영하고 있는 군복무 대체 프로그램인 국제협력봉사요원에 지원했다.
김 후보자 측은 “장남이 신체검사에서 소변에 단백질 및 혈뇨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불합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OICA 관계자는 “당시 기록에 의하면 후보자 장남은 신체검사 유무와 상관없이 지원분야(컴퓨터교육)에 대한 실력이 부족해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입수한 병적기록을 보면, 김 후보자의 장남은 2005년 6월 첫 징병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07년 9월엔 카투사, 2008년 12월엔 공군 어학병에 지원했지만 모두 불합격했다.
이후 KOICA 국제협력봉사요원에 이어 2009년 2월 육군 운전병에도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신체검사를 받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이후 김 후보자의 장남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사구체신염 확진을 받아 2009년 6월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다. 사구체신염은 병역기피자들이 주로 내세웠던 질병 가운데 하나다.
김 후보자 측은 “진단 및 진료기록, 각군 입대지원서 등은 모두 장남이 동의하지 않아 제출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