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이 있는 부모가 훈육을 빌미로 아동학대를 한 사건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이 11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이날 부모의 자녀 체벌 근거가 돼 온 민법상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민법 915조인 징계권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징계권은 ‘친권자는 그 자녀를 보호 또는 고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 근거가 되거나 아동학대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실제로 최근에는 9살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아동학대 사건의 학대 행위자인 계부모도 “체벌의 의미로 했다”고 진술했고, 2013년 발생한 울산과 칠곡의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행위자도 “훈육을 다소 과도하게 했을 뿐”이라며 말했다.
신 의원은 “가정 내 체벌로 인한 아동학대 재발방지를 위해 아이의 바른 지도와 교육을 위한 훈육목적으로 체벌을 용인하고 폭력을 방조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면서 “현행법상 친권자가 자녀를 훈육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체벌을 가하거나 징계를 하더라도 용인되는 부분이 있고, 가정 내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 내 문제로 치부되거나 축소·은폐되기 쉬워 학대로부터 아동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세계 56개국은 가정을 포함해 아동에 대한 모든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아동체벌금지원칙’을 제정 및 권고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전날 징계권 삭제와 체벌 금지 명문화 등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 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의원은 “매년 30여 명의 아이가 학대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고, 가해자의 80%가 부모이며, 훈육이라는 이유로 학대와 체벌을 정당화하고 있다. 법이 아이를 때리는 핑계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