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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산재 사망 현장실습생 ‘0건’ 통계 구멍

2021.10.26 14:50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홍군은 지난 6일 전남 여수 마리나 요트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잠수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故) 홍정운 군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홍군은 지난 6일 전남 여수 마리나 요트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잠수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근로복지공단이 일하다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의 산재 판정 사례를 0건으로 집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실습생의 비극적 사망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부 산재 승인 사례가 나타났지만 산재 판정·보상 주무기관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2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공단에서 제출받은 2012년~2021년 8월 현장실습생 재해현황 명단을 보면, 현재까지 일하다 사망해 산재를 인정받은 현장실습생은 0건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현장실습생 산재특례 적용 이후 재해 현황을 묻는 용 의원실 질의에 대해 “현장실습생 산재 현황 중 사망자 없음”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산재 인정 사망 사례조차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충북 진천 CJ제일제당 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사망한 고 김동준군은 산재 인정을 받았다. 김군은 12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선임의 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단은 김군의 모친 강석경씨가 아들의 산재를 신청한 곳이다. 2017년 11월 제주도의 한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프레스기에 끼여 목숨을 잃은 이민호군의 사례도 공단 통계에 담기지 않았다. 이민호군도 공단에서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공단은 용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산재보험 피보험자격취득신고서상 현장 실습생(산재보험법 제123조 제1항에 따른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현장실습생) 기준으로 추출”했다고 밝혔다.

공단의 현장실습생 산재 집계에 구멍은 또 있다. 현장실습생 산재특례제도는 1998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공단은 2011년 이전의 산재 현황은 제출하지 않았다. 용 의원실이 공단에 이유를 묻자 공단은 ‘그 이전의 부분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기 때문에 제출을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공단 통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현장실습생 산재 현황은 사망자를 제외한 일부 연도의 재해 사례뿐이다.

현장실습생의 산재 피해는 반복되고 있다. 공단이 제출한 재해현황을 보면 2020년까지 산재로 부상 등 피해를 입은 현장실습생은 매년 2~16명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 기준 산재 승인은 8건에 달한다. 통계 밖에서 목숨을 잃는 현장실습생의 처지도 여전하다. 지난 6일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홍정운군이 전남 여수 요트업체에 현장실습을 나가 물 속에서 작업을 하다 숨졌다.

공단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공단은) 산재 보상과 연관된 항목만 입력을 하다 보니 현장실습생을 따로 분류해서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다”면서도 “전산상 분류가 되지 않아도 산재 보상 신청이 접수되면 차별 없이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실습생 분류를) 추가하는 방향도 (주무부처)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현황 파악이 안되니 예방도 안되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현장실습생 산재 관련 철저한 조사와 제도 개선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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