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지난 한 달 네거티브 일변도로 ‘자폭’ 전당대회란 평가를 받았다. ‘한동훈 대세론’을 깨려는 경쟁 후보들의 공격과 맞대응이 부각되면서 총선 참패 뒤의 반성과 쇄신은 뒤로 밀렸다. 전당대회를 달궜던 각종 의혹과 논란은 향후에도 당의 화학적 결합을 막고 여권의 ‘사법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총선 참패로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사령탑(한동훈 신임 당대표)의 복귀 무대인데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3년을 남긴 시점에 잠재적 대권주자가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한 대표가 결국 당권을 쥐었지만 여권 전체의 내상이 깊어 ‘상처투성이 승리’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 진영에서도 “진흙탕 개싸움, 최악의 전당대회”(전원책 변호사, 지난 22일 CBS라디오)라는 평가가 나왔다.
원희룡 등 경쟁 후보들과 친윤석열(친윤)계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프레임을 깨려 격렬한 네거티브를 전개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는 배신자론이 핵심 쟁점이 됐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여론조성팀)을 운영 의혹을 제기했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김 여사가 그때는 명품백 수수에 대해 사과할 의사가 있었는데 한 대표가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문자에 등장한 ‘댓글팀’이 김 여사가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 대표도 맞대응했다. 자신이 김 여사 문자에 답했다면 당무개입·국정농단이 됐을 것이라고 해 또다른 논란을 불렀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나경원 후보가 공소취소 요청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네거티브 공방은 ‘김건희 특검’, ‘한동훈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공세에 빌미를 제공했다. 전당대회가 끝나도 이어질 야당발 사법리스크를 남겼다. 상흔이 깊어 누가 대표가 돼도 후폭풍이 거셀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당권주자들은 총선 참패에 따른 반성과 쇄신 메시지 대신 ‘누가 대통령을 잘 지킬 수 있는지’ 논쟁에 치중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여당이 분열한 결과”(원 후보)로 치부됐다. 2021년 이준석 전 대표 당선으로 어렵게 건넌 ‘탄핵의 강’을 되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에서도 외국인 투표권 제한(한동훈 후보), 사전투표 폐지(나경원 후보), 동성혼·차별금지법 반대(원희룡 후보) 등 ‘우클릭’ 경향이 강했다. 이런 보수화 경향에는 지도부 선출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지난번과 같은 100%는 아니지만 80%로 여전히 높게 유지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만큼 노골적인 대통령실의 개입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친윤계의 한 후보 반대 활동이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전 의원은 원 후보를 수행했다. 친윤계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공소취소 요청 폭로에 반발해 한 대표를 잇따라 비판하며 ‘제2의 연판장’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대표도 20명 가까운 현역 의원의 지원을 받으며 최고위원에 나선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과 팀을 구성했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 후에도 친한 대 친윤의 계파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