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앞두고 13일 만남 약속 연기 요청
개인 일정 이유…사도광산 논란 의식한 듯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오는 13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첫 접견을 하기로 했으나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연기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8일 야권과 주한 일본대사관,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대사관 측은 전날 우 의장실에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던 양측의 첫 접견을 연기하겠다고 알려왔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 3부 요인과의 접견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일본대사관 측은 지난 6월5일 우 의장 취임 뒤 타국 대사관들과 마찬가지로 의장실 측에 접견 신청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외교관들에게 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의 만남은 주요 실적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실은 30여건의 해외 대사관 접견 일정을 순서대로 잡아왔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대사의 접견을 13일로 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일본 대사관 측은 당초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듯 보였으나, 전날 갑자기 일정 상의 이유로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그 뒤 다시 접촉하거나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다.
야권에서는 이번 접견 취소를 두고 “광복절을 앞둔 시점이라는 시기적인 문제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 의장이 최근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만큼, 그를 만나는 것이 껄끄러웠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만약 대사가 당초 일정대로 왔다면 (의장의) 따끔한 한 마디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재국 3부 요인 중 한 명과의 접견을 구체적 사유 설명 없이 취소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이것은 양국간 신뢰의 문제”라며 “1주도 안남기고 갑자기 약속을 깨뜨린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