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교장·신원식 7월초 만남 후 진행 의혹에 “1월부터 추진”
여당은 전 정부에 책임 돌려…육사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중
국회 국방위원회가 육군본부·육군사관학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는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과 독립전쟁 영웅실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주를 이뤘다. 여야는 군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갈등의 책임을 각각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로 돌렸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대적관 확립이나 육사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민생에도 포함된다”며 육사의 기념물 재배치 사업의 필요성을 굽히지 않았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된 국감에서 육사 내 기념물 재배치 사업이 장기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졸속으로 진행됐다면서 육사가 현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말 윤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을 언급하고 7월21일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과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이 신원식 당시 국민의힘 의원실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기념물 재배치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취지다.
육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육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박 총장이 주관해 육사 내 기념물 재배치 계획을 토의했고 지난 1월 홍 장군 흉상 이전 등을 우선 조정 기념물 재배치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육군사관학교장에 부임한 권영호 중장이 전체 기념물 재배치에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든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이념 갈등 진원지가 육사”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국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전까지는 군이 공개적으로 홍 장군 흉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박정환 총장에게 “이런 것 논쟁하려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 아니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 총장은 육군의 민생은 “파이트 투나잇 태세(즉각 전투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오로지 훈련에 매진하는 것”이라면서도 “대적관 확립이나 육사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육군 민생에도 포함되는 내용”이라고 맞섰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육사에서 홍 장군 흉상 설치가 2018년 1월 중순부터 공식 논의되기 시작해 같은 해 3월1일 제막식이 열렸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졸속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육사 교과과정을 수정하고 2018년 육사 졸업식을 당시 청와대가 직접 연출한 것 등을 언급하면서 “역사왜곡, 육사정신을 훼손한 것이 바로 육사에 이념을 주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육사에 홍 장군 흉상을 설치한 게 대적관을 흐린 것인가”라고 묻자 박 총장은 “그것도 일정 부분 대적관을 흐리게 만든 요인”이라면서 “육사는 광복운동, 항일운동하는 학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무슨 소리인가. 정신 차리시라”고 고성을 질렀다.
육사에 따르면 교내 충무관에 조성된 독립전쟁 영웅실을 철거하는 작업이 지난 16일부터 진행 중이다. 육사는 다음달 2일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육사는 정성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로 ‘특정 시기 및 단체 관련 중복,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고 그 대표적인 예시로 ‘독립전쟁 영웅 흉상과 독립전쟁 영웅실’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