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김정은, 핵 사용할 생각 전혀 없다고 해”

2024.05.17 15:58 입력 2024.05.17 21:33 수정

퇴임 2주년 맞아 출간한 회고록서 밝혀

정상회담 당시 ‘비핵화 의지’ 발언 언급

윤 정부 외교안보 정책 조목조목 비판도

“과도하게 이념적” “일에 일방적 백기”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표지. 김영사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 표지. 김영사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17일 퇴임 2주년을 맞아 출간한 회고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며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미·일 편중 외교, 대북 정책, 홍범도 흉상 철거,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수사개입 논란 등은 조목조목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출판사 김영사를 통해 온라인 서점에 배포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그런 표현을 누누이 썼다”며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과 5월, 2019년 6월 세 차례 만났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불신하는 것에 매우 답답한 심정을 거듭 토로했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비화도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회담 장소가 많이 아쉬웠다”면서 북한이 당시 회담장소로 판문점을 원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동의했는데 결국 미국측 참모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제3국으로도 북한은 다음 순위로 몽골 울란바토르를 희망했지만 미국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별장 등을 제안하면서 결국 싱가포르로 결정됐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판문점에서 했다면 내가 어떤 형태로든 회담 후 합류할 수 있었을 테고 종전선언까지도 협의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담겼다. 문 전 대통령은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막상 만나보니 매우 잘 대해줬다. 처음엔 공격적인 질문을 몇 가지 하더니 내 대답이 괜찮았는지 굉장히 친근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화학적 결합)가 정말 잘 맞는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선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면서도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노선과 각종 현안을 둘러싸고 비판적 시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문 전 대통령은 머리말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두고도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미·중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 외교노선은 “비겁한 태도”가 아니라 “외교적 현명함”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현안이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 ‘선제적 양보’를 택한 것을 두고도 ‘일방적 백기’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현 정부는 피해자들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어버렸다”면서 “그것이 미래지향적 발전이 되나. 당장 독도에 대한 일본 억지가 더 강해지고 노골화됐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 대북 정책에도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 남북관계는 6·25 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대화로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것을 두고는 “현 정부의 지나치게 이념적인 태도도 대화를 가로막는다”면서 “힘에 의한 평화도 평화에 목적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수사외압 사건 등 현안에 대한 입장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군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이 두 사안을 예로 들면서 “아직 정치적 중립 면에서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느낀다”면서 “무엇보다 정치권력이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전통이 확립돼야한다”고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홍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뉴라이트라는 극우적이고 진정한 보수가 아닌 세력에 오염이 돼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됐다면서 “이렇게 쩨쩨하고 못났나 싶기도 하고 왜 우리 스스로 못난 나라가 되려 하는지 안타까움도 크다”고 했다.

<변방에서 중심으로>는 656쪽 분량의 책으로,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부분을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하고 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책 출간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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