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협력·교류 확대 공감, 북한 문제는 ‘동상이몽’…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분석

2024.05.27 18:14

4년 5개월만에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협력 체계 복원에 방점을 찍었다.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경제·안보·기후 분야 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한반도 문제 공동 대응을 두고는 입장차를 확인했다.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은 한·미·일 무역 공조를 경계하는 듯한 입장도 내놨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중·일 정상회의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거쳐 내놓은 공동선언문은 총 3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3국은 이 중 12개 항목에서 3국 간 회의의 필요성과 의미, 그리고 정례화 약속을 담았다. 이들은 “3국 협력이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 3국 정상회의 및 3국 외교장관회의가 중단 없이 정례적으로 개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3국 협력의 혜택이 다른 국가로 확장해 나가도록 ‘한일중+X 협력’을 촉진하여 3국이 다른 지역과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합의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선 협력 강화 기조 속에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한·미·일 밀착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시각도 언급됐다. 3국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이고 비차별적인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또 “3국 자유무역협정의 기초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중국이 미국 견제 목적으로 주도해 만든 RCEP을 별도로 언급한 것이다.

리 총리는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3국은 솔직한 대화로 의심과 오해를 풀고 세계 다극화를 추진하고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며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하여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무역보호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 한·미·일 경제 공조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자유무역협정(FTA) 강화와 공급망 협력도 약속했다.

북한 비핵화에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앞선 정상회의 때보다 퇴보한 선언문을 냈다. 선언문은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국은 영내 평화와 안정,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 각각 강조를 했다”며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이해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2018년과 2019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담았던 것에 비해선 후퇴로 평가된다. 다만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표현을 통해 북핵 문제 등의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한·일과 중국 간 입장차는 모두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모두 북한의 위성 발사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고, 기시다 총리는 “북한에 대해 강력히 그 중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리 총리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은 맥락과 상황을 고려하면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일·중 정상회의가 오랜만에 열렸고, 리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지 않고 우리나라에 와서 (정상회의를) 정상화하고 제도화하고 있다는 건 북한에게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에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포함된 것은 큰 틀에서의 공감이 깔린 것이라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 별도 환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글로벌 핵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세 안정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답했다.

3국은 인적 교류 목표로는 2030년까지 3국간 4000만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협력 사업으로 ‘캠퍼스 아시아’ 등 대학 간 협력 프로그램 강화, 청년 교류 사업 확대, 동아시아 문화도시, 한·중·일 예술제 등을 제시했다. 2025~2026년을 3국 간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후 위기·재난 대응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3국은 “결정적 10년 동안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관련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시아 황사 저감을 위해 몽골과의 협력 확대도 약속했다. ‘미래 팬데믹 예방·대비 및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은 별도로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보건 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추구할 것”이라며 “3국의 감염병 통제를 위한 국가공중보건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여 장기 협력 체계의 수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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