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에서 페미니즘은 볼드모트" 글 공유…2030 남성 표심 붙잡기?

2021.11.10 19:3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페미니즘 등)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들이 일반적 정책으로는 매우 부합하고 맞는 말인데 부분적으로 보면 갈등과 문제를 일부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며 “고민 고민 끝에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로 이름을 바꾸자 얘기했는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윤석열 후보가 페미(니즘) 이슈에 소극적인 지금이 타이밍이고 이재명 후보에게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내용이 담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했다. 그는 전날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남겼다. 이 후보가 전략적으로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에는 남녀 간에 차별과 격차가 현존하고 있다”면서도 “청년세대는 엄혹한 경쟁 때문에 진실 여부를 떠나서 ‘성평등 정책에 의해 여성이 우대받고 우리는 홀대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겨나게 됐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성 할당제는 채용이나 공무원 임용에서는 오히려 남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경기도 인사를 해봐서 아는데, 여성들이 너무 많아서 남성에게 30%는 강제 할당하고 있다”며 “오해와 정치적 선동이 개입하니 그게(성별할당제 폐지) 위력을 떨치기도 하는 측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평등을 지향해야 하지만 좀 더 섬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입장에서도 여성이라고 특별히 배려받는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대접받으면 되지 ‘여성이니까 우대’ 이걸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SNS에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며 “한 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고 적었다. 해당 글쓴이는 “민주당 내에서 부동산과 페미니즘 두 가지만큼은 입 밖에도 꺼내선 안 되는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되어 아무도 비판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전날 SNS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면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한창 일었던 지난 7월 “평등부 또는 성평등부로 해서 역할을 평등 영역으로 확대해나가는 걸 고민해야지 없애버린다는 건 무책임한 이야기 같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폐지는 옳지 않고 확대 재편이 맞다”(연합뉴스 인터뷰)고 말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여성가족부 기능을 확대 재편하자는 데서 기능 조정으로 톤이 조절된 것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일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글을 공유했다. 이 글에는 “민주당이 각종 페미 정책으로 남성들을 역차별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다만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관련 질의를 받고 “거기에 동의해서 (공유)한 것이 아니다”면서 “저와는 매우 다른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니 최소한 외면은 말고 직면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행보를 종합해 보면 이 후보가 2030세대 남성의 표심을 얻는 데 행보의 무게추를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2030세대 남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던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후 무주공산이 된 이들의 표심을 놓고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가 2030세대 남성의 표를 얻는 데 급급하다 낮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2030세대 여성들에게 더욱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가 지난 7∼8일 전국 성인 2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준오차 ±2.2% 포인트)에서 이 후보는 20대 남성(20.5%)뿐 아니라 20대 여성(26.2%)에서도 윤 후보(남성 52.1%·여성 31.5%)에 밀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 현상이라는 게 어느 한 쪽만 파고들면 반드시 그 반대급부가 생긴다”면서 “청년 문제도 성별을 가려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모두 다 관심이 있는 정책별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9일 SNS에 “이재명 후보가 마침내 국민의힘에서 탈당하는 2030 남성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지지만 얻으면 여성들 표 없이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을 끝낸 모양”이라며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누가 누가 성소수자 인권, 여성 인권 멀리 내팽개치나 경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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