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온실가스 감축”…긴급성·실행방안엔 ‘온도차’

2022.02.03 20:53

기후위기 대응 해법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얼굴 가면을 쓴 사람들이 어린이 1만4000여명이 쓴 지구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기후편지를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마련한 행사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얼굴 가면을 쓴 사람들이 어린이 1만4000여명이 쓴 지구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기후편지를 들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7년5개월. 독일의 한 연구소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각국이 탄소 배출을 계속하는 경우 지구 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에 도달하기까지 인류에게 남은 시간을 계산한 수치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할 경우 60년 뒤 한국은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된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를 지나 ‘기후재앙’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대선은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 약 7년5개월 가운데 5년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한다. 2019년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는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는 못 미친다. 확실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선을 앞둔 주요 후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점에서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관련 공약들을 뜯어보면 기후위기를 ‘얼마나 시급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온도차가 명확하다.

■2030 NDC에 대한 입장은

[2022 대선 공약 탐구⑤]앞다퉈 “온실가스 감축”…긴급성·실행방안엔 ‘온도차’ 이미지 크게 보기

이재명

현 정부 세운 탄소중립 목표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달성

AI 기반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생산시설 확충도

윤석열

유엔의 ‘2030 감축 목표’는 준수
산업계 의견 수렴해 일부 조정론

현 정부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차세대 기술 원전 개발도 내세워

심상정

온실가스 감축 법제화 통해
2030년까지 50%를 줄일 목표

‘1가구 1태양광 시대’ 구상으로
재생 발전 늘려 석탄발전 퇴출

안철수

국제사회와 감축 약속 지키되
우리 현실에 맞게 재조정 강조

‘소형모듈원전’ 육성 전략 추진
수명 다한 석탄발전소는 폐쇄

지난해 12월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 NDC’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체적으로 온실가스를 매년 얼마나, 어떻게 줄여야 할지 계획을 세우게 된다. 정부가 제출한 NDC는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 배출량을 40%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가장 높은 감축목표를 제시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선언하고,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NDC와 비교하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t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수송 분야 전체 배출량에 버금가는 양을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50%로 높이겠다고 했다. 현 정부가 세운 2050 탄소중립 목표도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30 NDC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의 경우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 NDC는 준수해야 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 정신은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대비 40%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생략한 만큼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도 “국제사회에 약속한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2018년 대비 40%인 2030년 NDC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에 동의했고, 안 후보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업무는 외교부로 옮기고 ‘산업자원에너지부’로 개편할 계획을 내세웠다.

■원전 VS 재생에너지

후보 간 공약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에너지 전환 분야이다. 2019년 기준 국가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137만t 중 87.2%인 6억1150만t이 에너지 분야에서 나왔다. 그만큼 에너지 분야에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지가 중요하다. 후보들이 기후위기 대응의 ‘긴급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의 차이가 드러난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송배전망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는 현재 대형 발전원 중심으로 꾸려진 전력 계통을 변경해 국내 어디서나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공급·판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연평균 부유식 해상풍력, 건물 일체형 태양광 등 2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이를 통해 석탄발전소를 조기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언제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할지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60GW 늘려 전체 전력 생산의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것에서 목표치를 대폭 상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전력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 공공이 주도해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공동체 재생에너지 투자법’을 만들어 일정 규모 태양광, 풍력 시설 설치 시 주민 동의와 참여를 의무화하는 것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역별 중형급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고, 공동주택 및 마을발전소에 태양광 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해 ‘1가구 1태양광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이렇게 늘린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통해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원전’의 역할을 강조한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을 주장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가동 원전을 계속 운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며,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원전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환경·농업 공약을 발표하며 국내 신축 중인 석탄발전소에 대해 “신축 중인 것을 중단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과학기술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라며 SMR의 육성발전전략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SMR 기술 개발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한·미 원자력 협력을 강화해 평화적 핵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용후 핵연료를 건식 방법으로 재처리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은 2050년대까지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개발,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역시 다시 시작한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원자력 35%, 재생에너지 35%, 기타 에너지 30%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새로 짜겠다고 했다. 석탄발전에 대해 안 후보는 수명을 다한 석탄발전소는 즉각 폐쇄하고, 착공하지 않은 석탄발전소는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착공하지 않고 계획 단계에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는 없다.

하지만 안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청년기후단체 활동가들과 대화하면서 “2050년까지 이상적인 에너지 믹스가 원전 50, 신재생 50”이라며 “자연 여건상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서 계속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만 답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못했다. 윤 후보 역시 지난해 11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재생에너지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해 보겠다”고 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은 아직 공약에 없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기술인 SMR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은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안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송·산업 분야

2019년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 생산 산업은 38.0%, 제조업 및 건설업 26.7%, 수송 14.4%, 기타 7.1% 등의 비중을 보인다. 그중 도로 수송은 전체의 13.9%로 수송 분야의 약 96%를 차지했다. 휘발유·경유 차량 등 내연기관차 문제와 연결되는 분야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르웨이는 2025년, 덴마크·네덜란드·아일랜드·아이슬란드 등은 2030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중단한다.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으로 심 후보는 2030년, 윤 후보는 2035년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는 찬성했지만, 전환 성과에 따라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선 이·윤·안 후보 모두 찬성 입장이다. 안 후보는 이미 통과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울릉공항, 가덕도 신공항, 새만금 공항, 흑산도 소형 공항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역시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등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들은 물류, 교통망 확충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반면 심 후보는 신공항 건설에 반대했다. 심 후보는 “우리나라 지역공항 대부분이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신공항은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 공항은 항공기 운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포함하면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심 후보는 탄소세 도입을 공약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곳에 탄소세를 부과해 탄소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탄소세 도입을 통해 재원 일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일부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공정 전환펀드를 조성해 발전소, 산업단지 등에서 일자리 감소로 타격을 입는 노동자의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탄소세로 매년 2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기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법’을 만들어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노동자, 사용자, 농민,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논의를 통해 산업 전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윤 후보는 급격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기후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의 경우 ‘정의로운 전환’에 관련한 공약은 없다.

■취약계층 지원은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의 두 축으로 이뤄진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의 취약계층인 노인, 만성질환자, 치매 환자, 임산부, 농민, 옥외 근로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연대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보들 공약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기후변화 적응에 관한 내용은 많지 않다. 이 후보의 경우 1년에 약 200억원을 투입해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폭염과 추위 등 이상기후에 위협받는 에너지 빈곤층을 없애고 노후주택 단열, 냉방기기 지원 등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을 늘리겠다고 했다. 심 후보도 매년 20만채씩 20년이 넘은 주택·건물에 ‘그린리모델링’을 하겠다고 했다. 윤·안 후보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별도 공약이 없이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윤 후보는 “해외의 기후난민 사례에서 보듯이 불평등, 차별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기후위기에 취약한 분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미래산업이 계속 생겨나면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고용안전망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하면서도 넓게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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