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유세 병행
이, 젠더·게임 이슈별 공략
윤, 논쟁적 공약 SNS 발표
막판엔 여론 ‘조작설’ 공방
“여시님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맘카페’ 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 윤석열이 여러분의 든든한 힘이 되겠습니다.”
코로나19는 20대 대선 양상을 바꿔놨다. 여야 후보들은 전국 주요 거점에서 대규모 군중을 모으는 기존 방식의 유세와 ‘온라인 유세’를 병행했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과 게시글을 남기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성에 맞춰 정치적 입장을 펼치는 식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악수하고 육성 연설과 환호를 주고받는 현장 유세만은 못하지만 시공간 제약 없이 다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면서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 일방 소통에 그치는 유세 연설과 달리 후보의 영상과 게시글에 달린 수많은 댓글에서 여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선거 음악과 연설 소리에 빗발치던 소음 민원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온라인 유세 효과 극대화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별 특성에 맞춰 발언 내용을 정리했다. 여성 회원으로 구성된 ‘여성시대’에서는 “여성들은 사회구조적 차별과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젠더 이슈에 관심을 보였고, 게이머들의 커뮤니티 ‘인벤’에서는 “셧다운제를 폐지했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했으며, 상무 e-스포츠단 신설을 공약했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마다 유행하는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적극 사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논쟁적인 공약을 발표하는 수단으로 SNS를 활용하면서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윤 후보는 지난 1월7일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시작으로, 사병 월급 200만원, 주식양도세 폐지,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차례로 공약했다. 윤 후보의 SNS 공약은 이후 다른 후보들이 모방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유튜브 ‘59초 쇼츠’ 영상 등 짧은 공약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생활밀착형 공약을 선보이면서 친근하게 다가서는 모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막판 온라인 여론을 두고 양당이 서로 ‘조작설’ 등을 제기하면서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7일 “이 후보가 소년원에 입소했다는 허위사실이 각종 커뮤니티 및 단톡방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제보가 쇄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게시글 추천 수 조작 정황을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SNS에 “이번에 발생한 여론조작 사건에도 민주당 관계자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면 민주당은 문 닫을 각오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온라인 유세는 실시간으로 여론을 청취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심화·발전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다만 “영상이나 온라인 속 후보의 이미지는 깊이 있는 후보 검증이 어렵고 여론조작 위험성도 상존하는 것 같다. 디지털 민주주의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