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대선 패배 후 왜 '추적단불꽃' 박지현씨에게 전화했을까?

2022.03.11 15:28 입력 2022.03.13 11:14 수정 김윤나영 기자

이재명 “제가 부족했다…같이 일해보자”

민주당, 박지현씨 비대위원 임명 검토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씨(26)가 지난 1월27일 국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권호욱 선임기자

20대 대선에서 역대 최저인 0.73%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박지현 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26)에게 전화로 감사를 표했다. 박 부위원장은 ‘추적단 불꽃’ 활동으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린 민주당 영입 인사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선전한 배경에 2030세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후보는 전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직후 박 부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부족했다. 정말 고생했고 고마웠고 미안했다”면서 “(앞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 기자로 일하며 n번방 성착취 피해자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박 부위원장은 지난 1월 민주당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번 대선 기간 윤석열 당선인의 혐오정치를 비판하며 막판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이 후보에 대한 표 결집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4일 이 후보 방송 찬조연설에서 “제가 살기 위해,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피해자와 여성들을 지키기 위해” 이 후보를 찍기로 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도 대선 전날이자 세계여성의날인 8일 “차별과 혐오를 넘어 통합과 평등의 길로 나아가겠다”며 성차별 해소 의지를 피력했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지난 9일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 20대 여성 유권자의 58%, 30대 여성 유권자의 49.7%가 이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일 대선 직전 마지막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지지율보다 10~20%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후보는 박 부위원장 영입을 계기로 2030세대 여성 유권자에게 집중하는 쪽으로 선거 전략을 바꿨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선대위도 보수 남성 유권자의 눈치를 보기 급급했고, 2030대 여성들에게 다가갔다가는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인식이 덧씌워질까 경계하던 기류가 더 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가면서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 정춘숙 당 여성위원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성 유권자들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 당선인의 소수자 배제 정치를 막으려고 한쪽 팔을 자르는 심정으로 이 후보를 찍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박 부위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선대위 관계자는 “여성 유권자들이 이재명은 약자의 편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시작했고, 이 후보가 박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그런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역대 최저 격차로 석패한 이 후보의 정치적 재기가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후보의 6월 지방선거 지원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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