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가피론’ 공식화
야 대선주자 8인 ‘탄핵 전 후임 총리 선출’ 국회에 요청
새누리 의원 32명 탄핵 착수 동의…가결 가능성 높아져
여야에서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론이 급물살을 탄 것은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드러난 박 대통령 범죄 혐의가 탄핵소추 사유로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덮을 수 없을 만큼 중대하고 심각한 혐의”(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훨씬 중대한 법률과 헌법을 위반한 사안”(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라는 것이다. 야권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도 ‘탄핵 불가피론’을 공식화함으로써 정국은 급속히 ‘탄핵국면’에 들어섰다.
■야권+여 비주류 “탄핵 추진”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재명·안희정·김부겸·천정배·심상정 등 야권 대선주자 8인은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탄핵 추진’에 합의했다. 이날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 수습방안의 마지막 쟁점이었던 탄핵 추진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8인은 “박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하여 탄핵 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하여 탄핵 추진을 논의해줄 것을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합의했다.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탄핵과 ‘퇴진 운동’을 병행키로 한 것이다. ‘투트랙’ 전략을 택한 것은 탄핵이라는 제도적 절차 추진이 장외투쟁 동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당초 야권에선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탄핵이 ‘외길 수순’이라고 보면서도 탄핵은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강했다. 하지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비리 혐의의 ‘몸통’으로 공식화하면서 ‘탄핵 시간표’를 앞당긴 것이다.
새누리당에선 비박계를 중심으로 탄핵론이 본격화됐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국회는 대통령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박 대통령과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촛불민심’에 함께 쓸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전 후임 총리 선출
후임 총리 인선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8인은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세부 수습방안의 조속한 마련”을 야 3당에 요청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총리를 교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 직무가 정지될 경우 박근혜 정권과 ‘한몸’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탄핵 정국은 사실상 장기전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국정 권한대행을 맡게 될 총리 역할이 중요하다. 때문에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앉힘으로써 황 총리가 ‘박근혜 체제 2기’를 맡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선 총리 관철’ 취지로 읽힌다.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축인 비상시국회의도 이날 “야당 추천 총리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높아지는 탄핵안 가결 가능성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 탄핵안 의결정족수는 200석이다. 현재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 의석수는 171석이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29석 이상 넘어와야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참석 의원 35명 가운데 32명이 탄핵 착수에 동의했다”면서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있어 탄핵 절차에 동의하는 의원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32명이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171석)과 함께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계를 접촉한 결과 탄핵 의결정족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권의 분열 등을 감안하면 실제 가결까지 험난한 경로가 예상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