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공범’ 박근혜

청 “사상누각, 인격살인” 반발…시간끌기 나선 청와대

2016.11.20 21:37 입력 2016.11.20 23:17 수정

‘검찰 조사 협조 약속’ 뒤집고 업무 복귀 강행 입장 재차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20일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었다” “사상누각”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검찰 조사도 거부하겠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국가기관의 판단을 부정·비난하면서 공권력을 훼손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국정 복귀 강행 뜻을 재확인하면서도 국회를 향해 탄핵을 종용했다.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민심에 맞서, 청와대에서 장기농성을 벌이면서 국면전환을 노리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5시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검찰이 대통령의 해명도 듣지 않은 채 사실관계와 법 적용을 멋대로 확정하고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공범’처럼 기재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기재한 부분을 어느 하나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검찰 수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법리논쟁으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어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는 박 대통령의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 “금주 중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는 유 변호사 자신의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그래 놓고, 유 변호사는 “맹세코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들 삶이 나아지도록 하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재단 설립을 추진한 것이고 퇴임 후나 개인의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라는 무죄를 강변하는 박 대통령 발언만 부각시켰다.

정연국 대변인은 오후 5시10분 브리핑에서 “부당한 정치공세” “인격살인”이라고 검찰수사 결과를 비판한 뒤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고, 통과되어도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6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시간을 끌겠다는 뜻이다. 탄핵을 대비해 국회추천 국무총리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에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특별검사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 본인의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정 복귀를 강행하고, 탄핵 및 특검수사 등을 통해 상황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공소장 내용도 모두 반박했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두고 “대통령과 무관한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고 했고,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에 대해선 “대통령이 기업인을 따로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며 어느 정부에나 있었다”고 했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놓고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최순실에게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잡아뗐다.

박 대통령이 국정은 어떻게 되든 ‘혐의를 덜겠다’며 막무가내로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 변호사는 ‘중립적 특검’을 언급, 야당이 특검후보자 2명을 선정토록 한 특검법까지 박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특검 선정 후 중립성 여부로 또 조사 거부의 논리를 만들어 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검찰이 대통령 해명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설명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했지만, 지난주 검찰 조사를 거부함으로써 해명 기회를 차버린 당사자는 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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