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국민 거짓말 담화’…정호성 녹음·안종범 수첩으로 들통?
“선의로 추진한 일” 말해놓고…이권·청탁 직접 챙겨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60) 등과 국정농단의 공범인 것으로 드러난 20일 검찰 수사 내용은 박 대통령이 그간 대국민담화에서 밝혔던 내용과 상반된다.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1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씨에게 청와대 문서들이 제공된 의혹에 대해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또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최씨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7)을 통해 2013년 1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 4월까지 해당 자료들을 받아봤다. 정권 초기(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되기 전)까지만 최씨에게 연설문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박 대통령의 말과 배치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표현’ 부분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 발언도 거짓말 논란에 싸였다. 박 대통령이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해 최씨가 받아본 자료는 정부부처와 공직기관 고위직 인사안,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말씀자료, 정부부처와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외교자료와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자료 등 총 180건에 이른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대해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이라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7)에게 기업들에 갹출해 300억원 규모의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하고 기업 총수들을 직접 만나 요청한 것이 검찰 조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는 최씨의 각종 국정논란 의혹에 대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라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국가 경제를 위해 선의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최씨나 안 전 수석 등이 자신도 모르게 범법행위를 한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선 박 대통령은 차은택씨(47) 측 광고회사가 현대자동차와 KT의 광고를 수주할 수 있도록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혜자가 최씨 측근이라는 점에서, 선의로 국가 정책을 추진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혐의를 이처럼 상세하게 입증하게 된 데에는 안 전 수석의 꼼꼼한 메모와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이 유력한 증거로 활용됐다. 국민의 소리를 늘 수첩에 적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해서 한때 ‘수첩공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의 수첩으로 최대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