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장 속 ‘박 대통령 혐의’
20일 기소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의 공소장에는 ‘대통령과 공모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표현이 9번 등장한다. 박 대통령이 연루되지 않은 범죄 혐의를 찾기가 더 어려워 박 대통령이 ‘주범’이고 최씨 등 3명은 종범(방조범) 수준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했다.
최씨 등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모두 7가지 혐의에 대해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한 출연금 774억원을 강요한 혐의다. 지난해 7월24·25일 양일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7명을 단독으로 면담해 ‘재단 설립을 적극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수석에게 ‘기업들로부터 갹출해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르재단 설립 당시인 지난해 10월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전 재단을 설립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정 전 비서관은 이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 안 전 수석에게 ‘설립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해 기업들에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또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인 지난해 12월쯤에는 ‘재단 임원진 명단과 사무실 위치’ 등 정 전 비서관을 거쳐 받은 최씨의 요구를 안 전 수석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박 대통령은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의 광고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차 광고를 수주할 수 있도록 ‘회사 소개 자료를 현대차 측에 전달하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혐의도 있다. 이로 인해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4·5월 두 달 만에 62억원 상당의 광고 5건을 수주해 약 9억18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K스포츠재단을 위해 롯데에 70억원을 강요한 혐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공범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단독 면담한 뒤 ‘롯데가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그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
포스코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스포츠팀(배드민턴팀)을 창단하게 하고 최씨가 운영하는 회사 ‘더블루K’가 매니지먼트를 맡기로 약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또 검찰은 공모라 보진 않았지만 지난해 2월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매각 당시 박 대통령이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을 통해 매각절차를 살펴보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고 의심했다. KT에는 ‘최씨 측근 이동수씨 등이 채용되게 회장에게 연락하라’는 지시와 ‘플레이그라운드를 KT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안 전 수석에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도 ‘장애인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데 컨설팅할 기업으로 더블루K를 소개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과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의 공범으로 규정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e메일 또는 인편 등으로 전달하라고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본 관계자는 “전략적인 판단 없이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을 중심으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며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들은 우리가 100%(사실이)라고 말은 못하지만 99%는 입증 가능한 부분을 적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공소장에 기재된 대통령의 관여 여부나 ‘공모’ 기재는 대통령에게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고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채 작성된 것”이라면서 “사법기관의 최종 판단 없이는 법률상 무의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