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사 당일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 홈피에 해명
중대본 방문 전까지 안일한 대응 ‘팩트’로…의혹만 증폭
청와대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에 있었다고 처음 공개했다.
청와대는 굿판, 프로포폴, 성형시술 등 여러 의혹을 반박했지만, 박 대통령이 긴박한 순간에도 정상 출근하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문 사실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과 대책회의도 갖지 않았으며, 수습책도 지시하지 않는 등 시종 안일하게 대응했다.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이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분초를 다투던 7시간 동안 관저 밖으로 나오지 않았느냐는 의혹만 더 증폭됐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신설한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에서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청와대에는 관저 집무실, 본관 집무실, 비서동 집무실이 있으며 (박 대통령이)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면서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 및 경내에서 당일 30여차례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2년7개월 만에 당시 대통령이 있었던 장소를 공개한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7시간 동안) 처음에는 ‘정○○를 만났다’ 하더니 그다음은 ‘굿판을 벌였다’ ‘프로포폴 맞으며 잠에 취했다’ ‘성형시술을 받았다’고 의혹은 계속 바뀌며 괴담으로 떠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언비어로 국민이 선동되고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집무 내용을 상세히 공개한다”면서 당일 대통령의 실시간 일정을 공개했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은 오히려 비판을 불렀다.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정상 출근하지 않은 채 관저에서 상황을 보고받고, 그나마 띄엄띄엄 있었던 전화 지시도 구조상황을 묻는 선에 그친 사실만 확인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그 긴박한 시간에 출근 안 하고 뭘 했느냐”고 직격했다.
청와대는 오전 9시19분 사고를 최초 인지하고도 오전 10시에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국가적 재난사태임에도 보고까지 41분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은 해양경찰청장과 통화로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한 당일 ‘오전 10시30분’부터 “구조상황을 재확인하라”며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한 ‘오후 2시11분’까지 3시간41분 동안 보고만 받았을 뿐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세월호가 뱃머리 일부만 남기고 침몰한 오전 11시18분 직후에도 안보실(오전 11시20분 서면, 11시23분 유선)과 정무수석실(11시28분 서면)의 보고만 받았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후 3시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지만 오후 5시15분에야 도착했다. 청와대에서 대책본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까지는 자동차로 5분 거리인데, 준비에 2시간15분이 걸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대책본부에서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든가” 등 현장 상황을 모르는 발언을 한 것도 청와대는 해명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고 언론 탓을 했다. 청와대는 “11시6분 경기도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전원 무사 구조’란 내용의 문자 발송을 시작으로 11시25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해경 공식 발표’란 문자를 재차 발송했다”며 “이 같은 혼란은 오후까지 이어져 오후 1시13분에도 ‘370명이 구조되었다’는 잘못된 보고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재난상황 보고 및 판단을 언론 보도에 의존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보 출처는 해경이나 대책본부였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당시 오보를 적극적으로 정정하지 않은 것도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