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 최순실 부탁 받고 안종범·정호성에 지시”
청 “상상과 추측에 불과…검찰 수사 일절 응하지 않겠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의 국정농단 사건에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고 발표했다. 검찰 수사 결과 각종 범법 행위와 관련해 최씨의 부탁을 받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이를 세세하게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향후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씨 일가에 거액을 제공한 것에 대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는지도 추가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검찰은 최순실씨를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사기미수·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7)을 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7)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이들의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총 86차례 등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대기업 출연금 모금을 주도했다. 모금 실무를 담당한 안 전 수석은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했다. 박 대통령에게서 “재단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요청을 받은 최씨는 두 재단의 주요 임원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13년 1월~2016년 4월 ‘장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총 180건의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했다.
최씨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사익을 챙기는 과정에도 박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현대자동차가 최씨 딸 정유라씨(20)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대 납품계약을 맺게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차와 KT가 최씨가 실소유주인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각각 62억원과 68억원가량의 광고물량을 몰아준 데도 박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직간접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 두려워 재단 등에 돈을 출연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업들이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는지 검토하는 등 뇌물죄 적용 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추가적인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출석요구서를 보내 압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앞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공소장 내용은 상상과 추측에 불과해 수사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검찰의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