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일 생방송 “누가 이 사람을~모르시~나요”

2018.04.28 15:46
이하늬 기자

유네스코에 등재된 KBS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

1983년 가장 유행했던 노래는 패티김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였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애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상봉에 성공한 이산가족들이 “찾았다”고 외칠 때면, 시청자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KBS가 1983년 방송한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이야기다. 당시 기록물은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KBS 광장에서 가족을 찾는 광고를 살펴보는 이산가족.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홈페이지

KBS 광장에서 가족을 찾는 광고를 살펴보는 이산가족.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홈페이지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방송은 시작부터 이산가족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네스코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산가족을 찾고 싶다는 신청전화는 하루 6만통에 이르렀고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직접적으로 참여한 이산가족은 10만명이 넘는다.

시청자들 호응도 대단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1983년 10월 전국 1450가구를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자 중 53.9%가 해당 프로그램을 새벽 1시까지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88.8%에 이르렀다.

나아가 시민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돕기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산가족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KBS 본관이 있는 여의도로 모였기 때문이다. 방송 3일째부터 학생, 주부를 주축으로 안내, 의료봉사, 신청서 대필 등의 자원봉사가 시작됐다. 기업은 텔레비전과 이동화장실, 공중전화 등을 후원했고 기차표, 생수, 빵, 부채 등의 개인 기부도 줄을 이었다.

이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네스코 기록에 따르면 당시 KBS 본관 중앙홀에 마련된 기자실에는 전세계 25개국 기자들이 상주하면서 상봉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같은 해 서울에서 열린 제70차 IPU(Inter-Parliamentary Union·국제의회연맹) 총회에 참석한 7개국 17명의 위원과 국제인권연맹 이사 일행도 현장을 방문했다. IPU는 각국 의회 간 대화 협력체다.

유창순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방송 한 달째에 “1000만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남북적십자사 회담을 재개하자”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한 간의 이념과 제도가 다르다 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1985년 북한 대표단의 KBS 방문과 최초 남북 이산가족 상봉으로 이어졌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 463개와 이산가족이 직접 작성한 신청서, 담당PD의 업무수첩, 일일 방송진행표, 큐시트, 사진 등 2만52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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