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는 ‘공천 쇼핑’과 ‘대선주자 재기’로 점철된 6월 지방선거

2022.05.05 19:07 입력 2022.05.05 19:38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왼쪽)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국회사진기자단

6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분 없는 ‘정치적 생존형’ 출마가 잇따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내 지방자치단체장 경선에서 떨어진 뒤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다른 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공천 쇼핑’,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 정치인들이 재기를 목표로 연고가 없는 지역구에 출마를 모색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국민의 뜻을 대리한다는 선거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대구시장 국민의힘 경선 ‘리턴 매치’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장 국민의힘 경선에서 떨어진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유영하 변호사, 정상환 변호사가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 지역구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한 곳이다.

경선에서 떨어지고 다른 선거에 재도전하는 행태를 두고 ‘공천 쇼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국회의원직을) 사직하자마자 그 자리를 두고 (대구)시장 경선이 끝난지 며칠 됐다고 우르르 몰려간다”며 “참으로 지극히 부적절한 장면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5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판을 따갑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유권자들 뜻에 따라 공천 신청도 하고 당의 판단에 따라 출마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면 대선에 참여했던 분들도 지방선거 또는 보궐선거에 전부 후보로 거론되고 있긴 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난 3월 대선과 함께 열렸던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전에서도 대구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며 지역 정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대전시장 경선에서 낙선한 장동혁 전 부장판사는 경선 탈락 후 충남 보령·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 신청했다. 장종태 전 대전 서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서 떨어지고 다시 대전 서구청장에 도전해 전략공천을 받았다.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여야 유력 정치인들은 물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물색하고 있다. 검토 대상에 오른 지역구들은 연고가 없는 터라 출마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결국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일각은 지방선거 흥행과 수도권 선전을 명분으로 이 고문의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고문이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사정당국 수사에 대비해 국회의원직을 ‘방탄용’으로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고문 출마 문제를 놓고 여러 지역구를 저울질하는 듯한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이 고문이 살고 있는 경기 분당갑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뜻을 밝힌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이 고문의 분당갑 출마가 대의에 맞고 당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자리를 비우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알아서 이 후보의 분당 출마에 꽃길을 열어주는 민주당의 좋은 거버넌스 GSGG 사례”라고 남겼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했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유력 검토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으로부터 출마를 권유받은 상황에서 안 위원장 측은 출마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내비쳐왔다.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안 위원장은 분당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확보해 차기 대선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속내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유권자들의 대리인을 뽑는 선거가 정치적 흥정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 지도자들의 재기 무대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 도드라진 특징”이라며 “각 정당이 사실상 ‘낙하산’으로 선출직 후보를 뽑으려는 모습은 지방선거가 상징하는 풀뿌리 민주주의 원리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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