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국회의사당 본청 내 국민의힘 구역에 최근 작은 변화가 생겼다. 핵심 당직자인 박성민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64)의 사무실 위치가 바뀐 것이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제일기획 출신 송상헌씨를 지난 25일 홍보본부장에 임명한 이후 본청 내 사무실 위치를 조정했다. 박 부총장이 쓰던 236-2호에 송 본부장이 들어서고, 박 부총장은 바로 옆방인 236-1호로 옮겼다.
당초 박 부총장이 본청에 사무실을 둔 것도 당내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꼽혔다. 본청에는 사무총장 사무실이 자리할 뿐, 부총장 사무실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현역 의원은 의원회관 의원 사무실을 쓰면 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과거 미래통합당 시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함경우 조직부총장이 본청 사무실을 쓴 적 있지만 그가 원외 인사인 탓이 컸다. 사무총장실과 달리 부총장실에는 상주하는 당직자도 특별히 없다.
박 부총장이 오랜만에 만든 본청 내 부총장실은 처음엔 233-1호에 위치했다. 이후 당 사무처 미디어국이 쓰던 236-2호로 이동했고, 미디어국은 국회의사당 밖 당사로 이동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월 최고위원회의 회의실 옆으로 당대표실을 이전할 때와 같은 시기다. 당시 당내에는 ‘부총장이 방이 좁다며 이사를 원한다’는 말이 돌았다.
최근 236-1호로 또 한번 이사가 이뤄지며 실무진의 푸념이 늘었다. 박 부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옆방이고 똑같은 사이즈(크기)로 갔다”며 “사무총장실 바로 앞에 (부총장 사무실이) 있는 게 좋은듯 해서 그랬다(이사했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가 지역구인 박 부총장은 당내 실세로 꼽힌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를 그 계기로 꼽는 이들이 많다. 당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4선 김학용 의원을, 박성민 의원은 3선 윤재옥 의원을 각각 원내대표로 밀었는데 후자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TK) 의원들이 경기 지역구인 김 의원보다는 대구에 터 잡은 윤 원내대표에게 마음을 줬다거나 당 지도부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윤 원내대표의 진중한 발언 스타일이 높이 평가받았다는 기타 원인 분석도 없지는 않았다. 한 친윤석열(친윤)계 의원은 “윤 원내대표 당선 후 (박 부총장의) 입지가 강해진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부총장은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국빈 방문할 때도 박 부총장이 동행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찐 실세’가 장 의원이냐 아니면 박 부총장이냐는 설왕설래도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김기현 대표가 굵직한 사안은 그래도 장 의원과 통화하는 것 같더라”며 “(장 의원과 박 부총장) 두 사람의 롤(역할)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고 말했다.
박 부총장은 실제 당 의사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김 대표가 지난달 초부터 평일 오전 8시 당대표실에서 여는 비공개 지도부 전략회의 구성원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유상범·강민국 수석대변인 등 김 대표가 직접 지명한 핵심 당직자들과 함께 실질적인 ‘사령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가람 청년대변인을 지금 자리에 권한 것도 박 부총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박 부총장은 최고위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