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어부와 해녀, 수산시장 상인, 해수욕장 주변 상인, 바닷물을 이용하는 염전업계까지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순간 불안한 마음에 소비가 위축되면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어업인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꼭 바다에 방류해야만 하는지, 방류를 막을 수는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방류 이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 철회와 정부의 단호한 반대를 촉구하는 수산업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단체행동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3일에는 제주 어촌계장협의회, 어선주연합회 등 50여 단체가 참여하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제주범도민대회’가, 다음달 8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소금을 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량이 없어요.”
지난 8일 전남 신안 증도의 태평염전 김치영 부장의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김 부장은 “요즘 소금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를 하루에 50∼60통씩 받는다”면서 “중간도매상들이 ‘가격은 상관없으니 물량만 맞춰달라’고 한다” 전했다.
태평염전은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날 태평염전은 천일염 20㎏ 1포대를 2만원에 출하했다. 지난달 1만5000원 선에 출하됐던 가격이 한 달 사이 30% 넘게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천일염 평균 출하가격은 1만2208원이었다.
정부는 천일염 가격 급등이 생산량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 설명자료를 내고 4∼5월 전남 지역 강수일수가 22일로 평년(15.6일)보다 많아 생산량이 줄었고 판매량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불안감으로 인한 사재기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염전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감소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천일염은 며칠만 날씨가 좋으면 금세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김 부장은 “7월에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게 다 알려지지 않았느냐”면서 “여유가 있는 일부 염전은 7월 이후로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고 최근 중간도매상들의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염수 방류 전 천일염을 비축해 두려는 수요가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1년에 1포대 정도 사용했던 일반 가정에서 최근 50포대나 100포대씩 대량 구매하는 사례도 있다. 태평염전은 10㎏이나 20㎏으로 소매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최근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하루 80∼100개 정도 팔렸던 소매 물량은 이달 들어 500개 이상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직후에도 국내 천일염 가격은 크게 오른 적이 있다. 당시 20㎏ 기준 산지 출하가격은 1만500원으로 전년보다 93%폭등했다. 소매가는 5만원 안팎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다가오면서 소비자 불안 심리가 크다. 가격급등의 100% 원인은 아니지만 분명 영향이 있다”면서 “일본 어민들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데 정부와 여당은 왜 ‘괜찮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