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여당에 “거부권 적극 활용해라”…거부권이 협상카드?

2024.05.17 10:54 입력 2024.05.17 19:39 수정

수도권·TK 초선 당선인 만찬서

‘협상카드’로 거부권 활용 독려

추미애 의장 경선 탈락에 尹 “좀 놀랐다”

야당 “거부권을 ‘협박’ 수단 삼으라는 초법적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수도권·TK(대구·경북) 초선 당선인들과 만찬에서 “예산 편성권이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상력을 야당과 대등하게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22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에 대응해 대통령 거부권을 여당이 충분히 활용하라는 취지다.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돼야 할 대통령 권한을 여당의 ‘협상카드’로 언급하며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과의 협치 조성 기류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만찬에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야당이 워낙 의석 수가 많고 상당히 강압적으로 의회 운영을 할 텐데 대통령이 가진 권한들을 여러분이 충분히 활용해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이 있으니 협상이 잘 안 됐을 때는 그런 것을 여러분들이 요청하면 십분 활용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당선인들 간 만찬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전날 오후 7시쯤 시작해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관계에서 협치가 아닌 거부권 적극 활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사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며 거부권 행사만으로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향후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여당의 투쟁을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두 특검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다만 한 참석자는 “당선인들 격려 차원으로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며 “대통령이 가진 권한도 있으니까 의석 수가 적다고 너무 주눅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건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협치에 대해 언급한 것이 있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며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총선 전후 불거진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참석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을 아랫사람 대하듯이 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당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내가 적극적으로 돕겠다. 내가 거기에 따르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나한테 부탁할 게 있으면 뭐든지 해라”라며 “내가 최대한 다 지원하고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들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똘똘 뭉칠 수 있는지를 언급하며 화답했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임대주택 문제 등 얘기가 나오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그걸 한 장짜리 페이퍼로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일부 당선인은 “국민들이 정부의 비전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끔 그 비전에 대한 분명한 제시가 좀 필요하다”는 고언을 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이 대통령한테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같은 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것에 대한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추미애 당선인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다 이길 줄 알았는데 보는 것과 달랐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 “‘추미애 당선인이 될 줄 알았는데 안 됐다고 들어서 좀 놀랐다’고 하자 다들 좀 약간 웃었다”며 “아무래도 두 분의 관계가 워낙 유명하니까 언급하시는 것만으로 그냥 좀 웃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추미애 당선인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법무장관을 역임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추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던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본인이 먼저 전화로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다선 의원이고 당 대표 출신이니까 국회에서 더 높은 데로 가야 할 분이 법무부 장관으로 왔다”고 뼈있는 말을 건넸던 일화를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찬 자체는 편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는 평이다. 한 관계자는 “그냥 술 한 잔 하고 편한 자리였다”며 “풍문으로 들었을 때는 대통령은 59분 동안 혼자 말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오히려 굉장히 편하게 상호 이야기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같은날 공개활동을 재개한 김건희 여사는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활용 독려’를 비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 정신에 따라 극히 제한적으로 써야 할 거부권을 ‘협박’의 수단으로 삼으라는 대통령의 초법적 인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22대 국회에서도 ‘해병대원 순직사건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거부할 수 있도록 건의해달라는 요청인가”라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통령은 법의 수호자이지 초법적 존재가 아니다”며 “끝까지 민심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부권을 남용한다면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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