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표로 돌아온 한동훈···미래권력으로 자리 굳힐 수 있을까

2024.07.23 17:09 입력 2024.07.23 17:10 수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임한지 103일만인 23일 다시 여당 대표로 돌아왔다. 그에게 붙는 꼬리표는 윤석열 정권의 ‘2인자·호위무사’에서 ‘절윤(윤 대통령과 연을 끊음)’으로 바뀌었다. ‘검사→국무위원→정치인’으로 행로를 바꿀 때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작용했다. 윤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 영토를 확보하는지가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1973년 서울 출생으로, 강남 8학군 출신(압구정동 현대고 졸업) ‘X세대’다. 스스로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세대라 그 전 세대와 조금 다른 포용력이나 유연함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199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윤 대통령 후배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95년 22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검사 선배’인 윤 대통령과는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팀에서 인연을 맺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함께 근무하며 2003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 2006년 현대차 비자금 부당거래 사건, 론스타 부실 매각 사건 등을 수사했다.

인생 굴곡도 윤 대통령과 함께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윤 대통령이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일 때는 한 후보가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3차장검사로 영전해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를 주도했다. 이때 다스 비자금 횡령 사건을 수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특수수사를 총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일가의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뒤 한직으로 밀려났다.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 대표를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했다. ‘검·언 유착’ 의혹 공범으로 지목돼 그해 6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거듭 전보됐고, 이듬해 6월부터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와 함께 입각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돼 정권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고위공직 후보자의 검증을 맡았고, 시행령 개정으로 국회가 축소한 검찰 수사권을 되돌렸다.

그는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데뷔했다. 그는 취임 후 당 조직 및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공천 및 전략 등을 주도해 ‘여당 원톱’ 입지를 굳혔다. ‘동료 시민’을 강조했으나 대표 의제와 미래 비전을 보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총선 전략으로 ‘운동권 청산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밀어붙였지만 제대로 먹히진 않았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과 갈등하기도 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치인 한동훈의 데뷔 무대는 낙제점을 받았다. 그는 그럼에도 총선 패배 책임론이 가라앉기도 전에 정치 복귀를 선택했다. 1대 3 구도에도 과반 득표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현재 권력과 충돌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전당대회 과정에 국민의힘 자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해 배신자란 비판을 들었다. 그는 지난 4월11일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면서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국민 다수에게 사랑받는 여당을 만드는 책무가 한 대표에게 주어졌다. 총선을 앞둔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등장한 구원투수였다면 이제는 여러 이닝을 소화해야 할 선발투수다. 검사 한동훈, 윤 대통령 측근 한동훈을 넘어 여권의 미래권력으로 자리를 굳히고 보수의 세대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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