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동훈 지도부와 불편한 동거 시작···‘이미 시작된 권력이동’

2024.07.24 17:52 입력 2024.07.24 18:07 수정

여당 상대로도 정치력 발휘해야 할 시점

누가 먼저 숙일지, 타협없이 충돌할지 관심

“이젠 용산이 숙여야 한다”는 당내 주문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불편한 동거가 24일 시작됐다. 거의 3년의 임기가 남은 현직 대통령과 ‘반윤석열’ ‘미래권력’ 후보로 당선된 한 대표의 관계는 긴장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무게 추가 이동하는 상황이라 윤 대통령이 여당을 상대로도 정치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간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당대표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 한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전날 한 대표 당선 직후 전화통화도 했다. 신임 지도부와의 관계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전당대회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대통령께서도 어제 (전당대회) 축사를 통해서 당정이 하나가 돼야 한다, 운명 공동체라고 말씀하셨다”며 “대화합의 만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검찰에서 오랜 기간 한 대표의 선배로 일했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으로 합을 맞췄다. ‘불편한 동거’의 기반에는 오랜기간 ‘윗사람’이었던 윤 대통령의 힘이 더이상 우세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한 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62.8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친윤석열(친윤)계를 표방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8.85% 득표에 그쳤다. 여권의 기대와 지지가 한 대표에게 몰렸다는 의미이자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했다는 의미가 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자대결에서 60%가 넘는 득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권력이동이 급격하게 나타났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친윤 의원들이 (한 대표에게) 덤비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윤 대통령에게 여전히 3년 가까운 임기가 남아있고,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윤 대통령이 ‘물러설 수 없는’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 공세에 방어하기 위해 당 장악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 대표와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임기 초반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당을 상대로도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선 윤 대통령이 당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한 지도부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그게 서로가 잘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과 대통령실 모두 국민 눈높이 맞추기 경쟁을 해야 될 때가 온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태도와 행동을 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제는 용산이 숙여야 한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수용하고 개헌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 대통령도 갈등했지만 (정권을) 민주당에 내주는 것보단 낫기 때문에 권력 재창출에는 협조했다”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민주당에 내주는 것은 최악의 선택지이지만 그렇다고 한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걸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사람 사이) 타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채 상병 특검법부터 의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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