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 ‘막전막후’···윤 대통령 독대부터 사퇴까지 3일간 무슨 일이

2024.08.04 15:36 입력 2024.08.04 17:37 수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왜 갑자기 자진 사퇴를 결심했을까. 정책위의장 인선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친정체제’ 구축 가늠자로 여겨진 만큼 사안이 마무리된 뒤에도 구체적인 사퇴 과정과 평가를 두고 당내는 소란한 분위기다. 한 대표측은 당초 정 의장이 사의를 밝히면 유임하는 안도 검토했으나, 대통령실 의견에 굽힌 것으로 해석될 상황이 되자 ‘교체’ 의중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독대한 지난달 30일 오전부터 지난 1일 오후 정 의장의 사퇴 회견까지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날짜별로 정리했다.

7월30일···정진석 실장의 ‘유임’ 의견에 혼란

지난달 30일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1시간30분간 만났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배석했다. 한 대표가 정 정책위의장 인선 논란을 풀기 위해 먼저 요청한 자리였다. 윤 대통령을 만나고 온 한 대표는 표정이 밝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당직 인선과 관련해 “당대표가 알아서 잘해달라”고 했는데, 한 대표는 이를 윤 대통령이 인선 전권을 줬다고 본 것이다.

같은 날 저녁 한 대표는 정진석 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찬을 했다. 정 실장과 홍 수석은 한 대표에게 정 의장을 유임하면 어떠냐는 의견을 전했다. 삼고초려해 정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한 추 원내대표도 유임 의견이었다. 정 의장은 윤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대표적인 친윤계로 분류된다.

한 대표 측은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실장 측에서는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 중에 ‘의견 많이 듣고 이 사람 저 사람 포용하라’는 메시지에 방점을 뒀다”며 “한 대표가 대통령에게 듣고 온 얘기와 다른 결의 얘기가 나오는 희한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앞에서 차마 못했던 말을 정 실장이 대신 전한 게 아니었겠냐”고 해석했다.

7월31일···한 대표측, 정점식 유임 카드도 ‘만지작’

지난달 31일 오후 2시쯤 한 대표와 정 의장이 티몬·위메프 사태 대책 보고차 면담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책위의장 교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 대표는 정 의장에게 “우리 당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물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의장은 자신의 거취를 한 대표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서범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모든 당직자에게 일괄 사표를 받겠다고 밝힌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한 대표 측은 정 의장이 일단 사표를 내면 다시 그를 정책위의장을 기용하는 카드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의 추이를 보고 판단해보자는 것이 한 대표 생각이었다고 한다.

8월1일···사퇴 기자회견 전 김상훈 낙점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오른쪽)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 대표 측이 당직자 일괄 사퇴 카드를 꺼내든 만큼, 정 의장이 사의를 표할지 여부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지난 1일 오전 9시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그대로 참석했다. 전날 서 사무총장의 일괄 사퇴 주문에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등 전임 지도부 당직자들은 사의를 밝히고 불참했다. 그는 “전 발언하지 않겠다”며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거부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30분쯤 지난달 30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정 의장 유임 의견을 전한 것이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은 언론보도가 나온 뒤 정책위의장 교체 결심을 확고히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의원은 “유임하면 용산 요구에 응하는 그림처럼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김상훈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김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을 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 오후 3시쯤 한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선은 당대표 권한”이라며 “우리 당이 변화해야 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교체 의사를 공식화했다. 같은 날 오후 5시10분 정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교통정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무개입 논란이 더 커지기를 원치 않는 용산이 오후에 부지런히 움직였을 것이라고 복수의 친한계 인사들은 말했다.

득과 실···“윤 대통령 완패” vs “정치력 부재”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인선 힘겨루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전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완패”라며 “당대표가 대통령의 뜻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내용들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자기 뜻을 관철시킨 거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정치력 부족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대표가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면 사무총장이나 정책위의장 정도는 미리 그림을 갖고 있다가 당대표 되는 다음날 발표를 속전속결로 했더라면 윤한 갈등이네 뭐네 없이 갈 수 있었을 텐데 정치력이 조금 아쉽다”고 평가했다. 진 전 장관은 TK 출신인 김상훈 의원을 발탁한 것에 대해서도 “(한 대표가) 변화, 민심의 요구에 부응, 포장은 그렇게 하셨는데 과연 김 신임 의장이 부합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수도권 얘기도 나왔는데”라고 말했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지난 2일 YTN 라디오에서 “물밑에서 조율하고 끝냈어야 되는 건데 이걸 일주일 동안 이 씨름을 하게 만들고 결국 사무총장에 이어서 당 대표까지 (정책위의장에게) 직접 물러나달라라는 메시지까지 냈다”며 “정치력 부재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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