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재가하면 21번째 거부권
민주당 “대안도 없이 거부만 하나” 비판
노동계 “노동약자 보호의 진심 보여라”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 재가라는 마지막 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윤 대통령이 두 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받아들이면 임기 중 21번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회에서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들을 (야당이)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처리한 두 법안을 각각 비판했다. 한 총리는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재정 상황과 지급 효과 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데, 그런 재량을 박탈하고 입법부가 행정의 세부 영역까지 일일이 강제하며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 법률안은 우리 헌법의 토대인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소지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13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선 대규모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막대한 나라 빚이 돼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물가와 금리를 상승시켜 민생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을 두고는 “사용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확대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노동쟁의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해 노사 간 대화와 타협보다는 실력 행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을 강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어 “손해배상 원칙에 과도한 예외를 두어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묻지 못하게 해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했다”며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해 노동조합의 본질이 훼손될 우려가 더욱 커졌고, 손해배상 제한 범위가 더욱 확대돼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사용자와 국민께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지난 2일과 5일 각각 노란봉투법과 25만원 지원법을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두 법안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이 두 법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이송 후 15일인 오는 20일까지다. 윤 대통령은 숙고를 거쳐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최종적으로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도 내지 못했으면서 ‘민생회복지원특별법’과 ‘노란봉투법’을 거부하고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법안들의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며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이를 지급할 집행력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며 “부자감세와 세수 펑크로 국가재정을 거덜 낸 장본인들이 재정건전성 운운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예산 편성·집행은 행정부 권한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에 따라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며 “정부는 예산이 필요한 모든 법안을 검열받으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두 법안을 의결한 데 대해 반발했다. 민주노총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 운운하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단결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가로막는다”며 “노조할 권리 쟁취를 위해 쉼 없이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도돌이표를 멈추고, 노동약자 보호의 진심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